[쿠키 톡톡] 디즈니 만화영화 ‘정글북’(1967년)에는 모글리가 오른손으로 돌을 던지는 장면이 나온다. 10년 뒤 모글리는 ‘곰돌이 푸’의 소년 크리스토퍼 로빈으로 변신한다. 속옷 위에 바지가, 맨발 위에 흰 양말과 구두가 덧씌워졌지만 살짝 들린 왼발 뒷꿈치와 돈을 쥔 주먹의 꺾인 각도까지 모글리의 모습 그대로다. 디즈니 만화영화 ‘아더왕 이야기’(1963년)에서 개를 안고 즐거워하는 어린 시절 아서는 몇년 뒤 또 다른 디즈니 애니메이션 속에 다시 등장한다. 이번에는 아서가 아니라 ‘정글북’의 모글리. 머리카락이 길어지고 머리색도 바뀌었지만 표정은 바뀌지 않았다. 디즈니 만화영화에 어디서 본 듯한 장면이 자주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 옛 영화를 재활용하면서 실제 같은 장면이 다른 애니메이션 속에 여러 차례 반복해 등장한 것이다.
할리우드 최고의 재활용 황제는?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단연 디즈니라고 말한다. 디즈니는 과거 애니메이션의 일부 장면을 필름째 가져다가 수정해서 다시 쓰는 방식으로 지난 100년간 비용 절감 효과를 누려왔다. 1973년 애니메이션 ‘로빈 후드’는 ‘정글북’(1967년)과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1937년), ‘아리스토캣’(1970년) 등 3개 애니메이션의 결합체. 덕분에 ‘로빈 후드’ 속 주인공은 백설공주의 춤을 추고 모글리의 표정을 짓는다. 결국 대중들이 디즈니 신작들에 쉽게 익숙해진 건 잦은 재활용 덕인지도 모를 일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사진= 데일리메일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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