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있는 농촌이 좋아” 제2의 귀농붐

“여유있는 농촌이 좋아” 제2의 귀농붐

기사승인 2009-05-10 17:17:00


[쿠키 사회] 천안연암대학교 귀농지원센터에서 귀농을 준비 중인 이재희(46)씨는 최근 잊을 수 없는 된장찌개를 먹었다. 직접 키운 쑥갓을 넣어 만든 찌개였다. 이씨는 지난 3월말 학교에서 제공한 165.29㎡(50평)의 땅에 비닐하우스를 설치하고 씨를 뿌렸다. 땀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상추와 쑥갓은 싹을 틔웠고, 오이덩쿨에는 열매가 달렸다.

이씨는 “수확하는 게 쉽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느낌이 새로웠다”며 “농부들이 들으면 우스울 수 있겠지만 첫 성과물이라 너무 기뻤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월2일 도시민농업창업 5기생으로 입학했다. 강의실에 들어서면 35∼50세 동기생 24명이 서로에게 “이봐, 이씨”“안녕, 황씨”라며 장난스럽게 인사를 나눈다. 사회에서 박사, 고위 공무원, 교수, 중소기업 사장 등 ‘잘 나가던’ 간판도 이곳에서는 의미가 없다. 시골에 가면 평범한 이웃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 지점장이었던 이재희씨도 이곳에서는 ‘이씨’일 뿐이었다. 그는 2005년 희망퇴직한 뒤 벤처 회사 재정이사로 스카우트 됐다. 하지만 지난해 아들이 유학을 떠난 뒤 평소 생각하던 귀농의 꿈을 앞당기기로 했다. 기숙사에서 지내면서 8∼10시간 수업을 들었고 주말에야 서울 목동에 있는 집에 갈 수 있었다. 하지만 힘든 줄 몰랐다. 25년의 도시생활을 끝내고 나머지 삶을 농촌에서 새롭게 시작하자는 확실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제2의 귀농붐이 일고 있다. 교육 단체에는 문의전화가 5∼10배 늘었다. 연암대 귀농지원센터는 최종 면접에서 5.2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등록이 가능하다. 경기도와 경기농림진흥재단은 농업 최고경영자(CEO) 육성을 위한 ‘경기 귀농·귀촌학교’ 교육 과정을 추가 개설했다.

외환위기 때와 지금의 귀농 열풍은 차이가 있다. 당시는 말 그대로 생계형 귀농이었다. 먹고 살기 위해 무작정 농촌행을 선택한 경우가 많았다. 정부는 2000만∼3000만원의 정착지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대부분 귀농자가 정착에 실패해 도시로 돌아왔다.

최근에는 웰빙 열풍과 맞물려 여유가 있는 도시인이 귀농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무작정 짐을 싸 떠나기 보다 착실히 준비하는 사례도 늘었다.

전국귀농운동본부 귀농학교에 참석한 회사원 이종민(38)씨도 “조직 생활에 회의감이 들면서 귀농 준비에 들어갔다”면서 “올해가 될지 10년 후가 될지 알 수 없지만 귀농을 준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귀농 희망자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전국 100여곳에 살만한 집을 리모델링해 귀농인의 집(가칭)을 마련키로 했다. 귀농 희망자는 최대 1년을 이곳에서 지내며 살 집과 경작할 땅을 둘러보고 지역 주민들과 친분 관계를 쌓는다. 인근 농가에서 1년간 인턴으로 활동할 수도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시작 단계여서 귀농 정책이 다소 미흡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희망자들이 농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사진=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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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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