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아마디네자드 재선 성공…대미관계 먹구름

이란 아마디네자드 재선 성공…대미관계 먹구름

기사승인 2009-06-14 23:4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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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지구촌] 이란 대선에서 강경 보수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이 압도적인 표 차이로 승리하며 대 서방 관계에 먹구름이 끼었다. 개혁파 후보 미르 호세인 무사비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결과에 불복했다. 무사비 지지자들은 투·개표 부정을 규탄하며 차량을 불태우는 등 격렬한 거리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진압 과정에서 개혁그룹 지도자 10여명이 체포되는 등 후폭풍도 거세다. 개혁파 후보를 지지했던 미국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아마디네자드의 승리 인정을 거부했고,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비타협적인 대응을 국제사회에 촉구하고 나섰다.

◇강경파 현 대통령 재선 성공=이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85%의 투표율을 기록한 이번 대선에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62.6%의 득표율로 무사비(34%)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고 AFP통신 등 주요 외신이 13일 전했다.

두 후보가 박빙의 접전을 펼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승부는 다소 싱겁게 끝났다. 외신들은 선거운동 막판 무사비의 돌풍이 오히려 보수파 세력의 표를 결집시켜 아마디네자드의 당선을 도왔다고 분석했다. 또 최근 이란 경제난이 심화되긴 했지만 저소득층은 보조금 정책 등 서민 위주의 경제 정책을 펼친 아마디네자드에게 신뢰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14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을 겨냥해 "(선거결과는) 세계를 지배하는 억압적 시스템에 대한 타격"이라며 승리를 자축했다. 반면 무사비 후보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선거 취소를 선관위에 공식 요청했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거짓을 일삼는 독재 정권에 저항하자"며 시위를 주도, 향후 선거 후유증이 예상된다. 시위대들은 선거 결과가 발표된 13일에 이어 이날도 아마디네자드가 부정선거로 무사비의 승리를 빼앗아갔다며 수도 테헤란 한복판에서 돌과 화염병을 던지고 차량에 불을 지르는 등 수십년 만에 가장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대미관계 먹구름, 핵 개발 강행=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는 불법 행위에 관한 보도 내용을 포함해 선거 결과를 주도 면밀하게 관찰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보수파인 아마디네자드가 재집권에 성공함에 따라 각종 정책은 현 정부의 기조를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대미관계의 경우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반미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강경파인 아마디네자드가 당선되면서 실질적인 변화를 기대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는 달리 적극적인 화해 정책을 취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슬람혁명 이후 30년간 지속돼 온 양국 간 반목과 갈등의 수준은 과거에 비해 소폭이나마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핵 개발 사업은 더욱 속도를 내며 서방의 우려를 증폭시킬 전망이다. 아마디네자드는 선거 후 "이란의 핵 문제(우라늄 농축 여부)에 대한 협상은 과거사에 속한다"며 "미국 대통령과 토론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의 핵 협상을 무효화시키고 미국과의 담판을 통해 국제사회로부터 핵 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으려는 의도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그동안 이란은 핵 프로그램이 핵무기 제조에 활용될 수 있다는 서방의 주장을 일축하며 핵 개발 프로그램을 강화해 왔다.

아비그도르 리베르만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대선 결과는 이란의 위협이 그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해졌음을 보여준다"며 "국제사회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비타협적 대응을 해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한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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