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카드만 말없이…끝나지 않은 용산참사

플래카드만 말없이…끝나지 않은 용산참사

기사승인 2009-07-19 17:28:00
[쿠키 사회] 19일 장맛비가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따가워진 햇살은 서울 한남동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 앞에 내걸린 ‘용산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라는 플래카드에 무심하게 내려앉았다. 지난 1월20일 한강로 남일당 건물에서 농성하던 용산4구역 철거민 40여명 가운데 5명과 경찰관 1명이 숨진 지 6개월이 흘렀지만 플래카드는 말없이 장례식장을 지켜보고 있다.

장례식장 맞은편에 마련된 대형 텐트 2개 중 하나는 며칠 전 폭우로 주저앉았다. 이 텐트는 희생된 철거민 유가족이 숙소로 써 왔다. 병원 주변을 둘러싼 경찰 경비는 여전했다.

용산참사 이후 반년 동안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변한 것이라곤 장례식장 비용이 4억원으로 불어났다는 것 뿐이다. 유가족들은 여전히 장례식장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어린 자녀들은 학교를 오갔다.

고(故) 윤용현씨의 아내 유영숙(48)씨는 한 쪽 팔에 깁스를 한 채 가족 분향소에 앉아 있었다. 얼마전 거리 시위 도중 다쳤다. 유씨는 “6개월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우리는 시작이라 생각한다”고 담담히 말했다.

유가족들은 정부의 진실된 사과를 요구하고 있었다. 용산참사 범국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무릎 꿇고 사과하라는 것이 아니다. 전국에서 재개발이 진행 중인데 용산참사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철거민들을 위해 행동하는 자세를 보여달라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철거민들은 정부가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발전적인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도 말했다. 개발이익금을 남기기 위해 강제 철거를 일삼는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고, 순환식 재개발 정책 도입이나 상가 세입자 생계 보장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검찰이 공개하지 않은 3000쪽의 수사기록도 공개할 것을 요청했다. 용산참사 구속자의 법적 대리인인 권영국 변호사는 “정부의 사과가 필요하고, 진상 규명을 해야 한다”면서 “보상·배상 문제는 그 다음”이라고 강조했다.

유가족들은 20일 희생자 시신을 이끌고 청와대 앞까지 갈 생각이다. 위령제를 한 뒤 냉동차로 옮겨진 시신은 사고 현장 앞에서 범국민 추모대회를 거쳐 청와대까지 향할 계획이다.

용산구에 따르면 용산4구역에 있던 건물 234동 가운데 철거되지 않고 남은 건물은 남일당 등 57개동이다. 전체 세입자 900여명 중 아직 조합과 합의를 보지 못한 세입자가 75명이며, 이 중 일부는 아직도 영업을 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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