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은 열공 중… 고대 양성 프로그램 열기 ‘후끈’

입학사정관은 열공 중… 고대 양성 프로그램 열기 ‘후끈’

기사승인 2009-08-04 21: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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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3일 오후 5시 여름방학으로 한산하던 고려대학교 사범대 신관 4층 복도가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분주히 복도를 오갔다. 발걸음은 바빴지만 얼굴은 잔뜩 굳었다.

이날은 고려대의 '입학사정관 전문 양성·훈련 프로그램' 개강일. 오후 6시 개강식이 열리는데도 수강생들은 일찌감치 자신의 명패를 챙겨들고 자리를 잡았다.

고려대는 지난 6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입학사정관 양성 프로그램 지원 대학으로 선정한 5개 대학 중 한 곳이다. 대교협은 서울대 이화여대 경북대 전남대를 함께 뽑았다. 고려대가 모집한 1기 수강생에는 현직 입학사정관 8명, 고교 교사 15명, 기업가, 대학 강사 등 다양한 직종의 사람이 포함됐다. 석사 이상 학위자는 36명이나 됐다.

최고 연장자인 김종진(63)씨는 맨 앞에 앉았다. 중소기업에서 고위 임원을 지낸 그는 최근 울산과학기술대학교로부터 수도권 지역을 담당하는 위촉 입학사정관이라는 새로운 직함을 받았다. 김씨는 교육 현장 경험 부족을 메우려 고려대를 찾았다.

첫날부터 일정은 빡빡했다. 첫번째 강사로 나선 박도순 고려대 명예교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을 지내면서 겪은 각종 입시 정책의 장단점을 얘기했다. 박 교수는 "학벌주의가 대학 서열화를 만들고, 상급학교 입학 제도가 하급학교를 좌지우지하는 관행을 없앨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입학사정관제"라고 강조했다.

수강생들은 오후 10시까지 숨 돌릴 틈 없이 이어지는 강의 때문에 저녁 식사는 꿈도 꾸지 못했다. 학교 측에서 마련한 간단한 과자로 끼니를 때웠다. 하지만 수강생 44명이 뿜어내는 열기는 밤이 깊어질수록 뜨거워졌다.

고교 교사 김모(30·여)씨는 "현장에서 연구하고 고민한 교수들이 자세히 설명해주니 독학한 것과는 느낌이 달랐다"며 "12주 동안 140시간 가운데 110시간 출석, 평가점수 60점 이상을 받으면 수료증을 주는 것도 매력"이라고 말했다.

특히 수강생들은 앞으로 있을 모의 체험 수업을 잔뜩 기대했다. 서류평가, 입학진로 상담 등 입학사정관으로서 마주쳐야 할 실무를 배울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강의를 준비해 온 고려대 측은 잔뜩 긴장했다. 신창호 교육학과 교수는 "입학사정관제는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정답이 없다"면서 "그러다 보니 그동안 5개 대학이 모두 세부 교육과정을 철저히 비밀에 부쳐 진행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다른 대학의 직원이 지원서를 냈을 때는 '고려대 교육과정을 빼내려는 것 아닐까'하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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