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前대통령 서거] 큰 슬픔에 빠진 국민들…TV 속보만 뚫어져라 쳐다봐

[김前대통령 서거] 큰 슬픔에 빠진 국민들…TV 속보만 뚫어져라 쳐다봐

기사승인 2009-08-18 23:25:00


[쿠키 사회]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 5월29일 경복궁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권양숙 여사의 손을 잡고 엉엉 울었다. 그가 대중 앞에서 목놓아 운 것은 1987년 가택연금이 해제된 뒤 광주 5·18 국립묘지에서 통한의 눈물을 흘린 이후 처음이었다. 그리고 석 달도 못 된 18일 병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87년 5·18 국립묘지에서 김 전 대통령의 눈물을 봤던 오월 어머니집 안성례(71·여) 관장은 서거 소식을 듣자마자 치밀어 오르는 슬픔을 억누르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아직 하실 일이 많은데…"라고 말하며 울음을 애써 참았다.

김 전 대통령과 남다른 인연을 맺은 강복기(67) 전 청주교도소 서무과장도 "울고 싶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강씨는 80년 김 전 대통령이 군사재판에서 내란음모죄로 사형을 선고받은 뒤 무기징역으로 감형돼 청주교소도에 수감되면서 인연을 맺었다. 김 전 대통령은 형집행정지로 풀려나 미국으로 떠났던 82년 12월까지 23개월간 복역했다.

자택이 있는 서울 동교동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인근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박병선(65)씨는 허탈한 마음에 선반 위에 놓인 검은 옷만 만지작거렸다. 박씨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동네 어른으로 자리잡고 있었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국민들은 큰 슬픔에 잠겼다. 사람들은 하던 일을 내려놓고 TV에서 방영되는 속보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정부가 공식 분향소를 차리기 전에도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서울광장에 간이 분향소를 마련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알게 된 시민 30여명은 서울광장 무대 앞에 김 전
대통령의 영정 사진과 소형 탁자로 분향소를 차리고 추모객을 받았다.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광주에서도 시민들은 TV를 보고 눈물을 훔쳤다. 광주시와 5개 구청, 옛 전남도청 광장, 5·18 국립묘지에 분향소가 설치돼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광주시청 분향소를 찾은 강경섭(66)씨는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지역감정의 악령이 완전히 사라지고 국민통합이 확고히 자리잡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이병기 이장은 "김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이 민주화를 위해 갖은 고생을 했는데 충격이 크다"며 "노 전 대통령을 떠나보낸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분까지 떠나서 주민들 마음도 뒤숭숭하다"고 털어놨다.

김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억하며 안타까워하는 이들도 많았다. 경북 안동에 사는 최동균(43)씨는 "외환위기 때 금모으기 운동으로 살길을 모색하고 평화통일을 위해 직접 평양까지 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던 열정은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는 축제성 행사를 잇따라 취소·연기했다. 인천세계도시축전 조직위원회는 장례 기간 중 비류공연장 음악회를 중단하고 '월드카니발 카퍼레이드'를 취소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윤경 박유리 기자,전국종합
y27k@kmib.co.kr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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