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초딩’ 의 특별한 프로젝트…10세 이규석군, 놀라운 나눔실천

평범한 ‘초딩’ 의 특별한 프로젝트…10세 이규석군, 놀라운 나눔실천

기사승인 2009-08-26 20:44:01


[쿠키 사회] 경기도 용인시 보라동 나곡초등학교 4학년생 이규석(10)군은 쑥스럼이 많은 아이다. 낯선 사람의 질문에는 우물거리며 미소만 짓는다. 규석이는 지난 1월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그냥 놀기 좋아하는 평범한 아이였다.

숫기 없는 규석이는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이면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신한다. 높이 15㎝ 정도에 속이 훤히 비치는 저금통을 손에 들면 용감해진다. 다니는 민들레교회에서 어른들 앞에 당당하게 저금통을 내민다. 저금통에는 어머니 한현숙(34)씨가 직접 써 준 '규석이의 영규 프로젝트'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규석이는 지난 1월 '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라는 한 권의 책을 읽으며 변했다. 주변에 어려운 사람이 많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이즈음 규석이는 굿네이버스라는 국제구호단체 홈페이지에서 영규 이야기를 접했다.

동갑인 영규는 혈우병에 걸려 마음대로 뛰어놀지 못한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제대로 치료를 받지도 못한다. 영규는 굿네이버스에서 붙인 가명이다. 실제 이름은 규석이도 모른다.

규석이는 1월과 2월에 집안 일을 돕고 받은 돈을 모아 5만원씩 후원금을 냈다. 어머니 한씨는 3월부터 다른 후원 방식을 제안했다. 단순하게 돈을 모아 주는 것보다는 가장 좋아하는 인터넷 게임을 일주일에 1시간으로 줄이고, 이를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 후원금을 모금하자는 것이었다.

규석이는 자신이 직접 만든 프린트물을 들고 저금통과 함께 사람들을 찾아나서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규석이가 모은 후원자는 61명으로 불었다. 규석이의 친구부터 60대 어른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후원금 모금은 '게임은 일주일에 1시간'이라는 약속을 지켰을 때만 하기로 했다. 약속을 어겼을 때의 책임은 고스란히 규석이의 몫이었다.

하지만 게임은 여전히 참기 힘든 유혹이다. 3월에 2주 동안 게임을 하느라 후원금을 받지 못했고, 4월과 5월에도 한두 차례씩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게임을 해서 모금활동을 못하면 영규한테 미안해요. 그렇다고 크게 좌절하지는 않아요. 대신 다음번에는 꼭 약속을 지켜 더 열심히 모금활동을 해요."

규석이가 3월부터 영규를 위해 모은 돈은 35만6000원이다. 어머니 한씨는 매월 후원 내역을 통장에 찍어 가며 챙긴다. 결산 내역 보고서도 작성했다. 26일부터 규석이는 그동안 모금에 동참한 후원자들에게 감사 편지를 쓰고 있다. 혼자서 이뤄낸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규석이는 영규 외에 스리랑카에 사는 따루시 이말샤 락샤니(6)라는 여자아이도 돕고 있다. 지난 4월부터 집안 일을 돕고 받는 용돈을 모아 보내고 있다.

매번 저금통을 내미는 규석이에게 어른들은 "언제까지 할 거니?"라고 묻는다. 그때마다 규석이의 대답은 한결같다. "하고 싶을 때까지요." 용인=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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