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민속인형 600여점 기증한 김영자 박사

세계 민속인형 600여점 기증한 김영자 박사

기사승인 2009-09-23 17:29:01

[쿠키 문화] 40년 넘게 인형을 수집해온 때문일까. 동글동글하고 오목조목한 얼굴이 인형을 닮았다. 고희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젊어 보인다.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에서 23일 개막한 ‘작은 나라 큰 세상, 인형’ 특별전에 세계 45개국 민속의상 인형 600여점을 기증한 베커스 김영자(70) 박사. 인형과의 인연은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박사는 26세 때인 65년 독일 유학길에 올랐다. 지금은 고려대에 편입된 서울 국학대학을 수료한 뒤 독일 문화연수과정 장학생으로 뽑혀 쾰른대학 언어연수를 받기 위해서였다. 연수 후 뮌헨대(독문학 및 서양사 전공)에 진학해 학업에 몰두하던 중 집 생각도 나고 해서 거리를 걷는데 독일 민속의상을 한 인형이 눈에 들어왔다.

“1920년대에 만들어진 인형인데 너무 깜찍하고 예뻐 당시로서는 거금을 투자해 샀어요. 이걸 취미로 삼아 향수도 달래고 이를 통해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수집에 빠져들었죠.” 이후 틈만 나면 골동품 가게나 벼룩시장을 찾아 인형을 사 모았다. 인형 값은 1만원대에서 수백만원대까지 천차만별이었다.

73년 독일인 건축가 크리스토프 베커스씨와 결혼하고 두 아들을 낳은 후에도 그의 인형 수집은 계속됐다. 그가 모은 인형 중에는 ‘삼총사’ ‘백설공주’ ‘엄지공주’ 등 동화 속 주인공도 즐비하다. 그런 중에 74년 레겐스부르그대학에서 박사학위(철학)를 취득하고 86년 이 대학에 한국어강좌를 개설해 2000년부터 2005년까지 한국어문화과 교수를 지냈다.

인형이 늘어나자 고민이 생겼다. 마땅히 둘 곳이 없어 지하실에 쌓아둘 수밖에 없었다. 2004년 한국과 관련된 독일어 희귀서적 130여권을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한 그는 “품위있는 집으로 자식을 시집보내는 마음”으로 평생 모은 인형을 선뜻 내놓았다. 전시 개막에 맞춰 귀국한 김 박사는 “아이구, 우리 아가들을 너무 멋있게 세워 두었네”라며 반가워했다.

‘인형과 함께하는 세계여행’을 주제로 11월16일까지 열리는 전시는 유럽을 중심으로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 지구촌 곳곳의 민속 인형들을 선보인다. 또 개화기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인형 100여점(김영준 시간여행 대표 소장품)과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연수 중인 베트남 잠비아 몽골 등 연수생이 수집한 각국의 인형도 소개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이광형 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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