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재미동포 인권운동가, 성탄절 北 잠입

[단독] 재미동포 인권운동가, 성탄절 北 잠입

기사승인 2009-12-26 00:32:00
[쿠키 정치] “성탄절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축제의 날입니다. 하지만 북한 동포는 그 기쁨을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 인권 및 탈북자 단체인 ‘자유와 생명 2009’ 대표 로버트 박(29)씨가 25일 중국을 통해 북한에 들어갔다. 이 단체 관계자는 25일 오후 5시 얼어붙은 두만강을 도보로 건너 북한에 잠입했다고 밝혔다.

북한 관련 단체 100여 개가 공동으로 만든 이 단체는 국회에 계류된 ‘북한 인권 법안’ 통과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 제소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펼쳐왔다.

재미동포인 박씨는 미국 파송 선교사로 중국에서 활동하다 북한의 인권 실태를 목격한 뒤 지난 7월부터 인권 운동을 시작했다.

박씨는 전 세계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 너무 무관심하기 때문에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를 환기시키기 위해 일부러 성탄절을 택해 방북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는 이날 오후 3시 연길을 출발했다. 차로 2시간을 달리니 북한의 회룡시가 보이는 지점이었다. 그곳에서 꽁꽁 언 두만강을 건너 북한으로 들어가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10분이었다.

안내자는 두만강 너머로 멀어지는 그를 바라본 뒤 1시간 동안 두만강 주변을 떠나지 못했다. 총성이 들리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제지하는 북한군 초병은 없었다.

이날 박씨가 가져간 것은 한 통의 편지였다. 수신자는 김 국방위원장과 북한 지도자들이다. 그들에게 “북한 인민을 살릴 식량, 의약품, 생필품 등을 가지고 들어갈 수 있도록 국경을 개방하고 정치범을 석방하라”고 요청하는 내용을 담았다.

박씨의 입국이 제2의 ‘미 여기자 억류사건’으로 번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박씨는 “정치적으로 몰고 가면 끝이 없다”며 “나의 방북이 북한 인권 상황을 알리는 데 기여하면 그것만으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 단체 관계자는 전했다.

이 단체는 박씨의 북한 잠입 사실을 미국 대사관에 알렸다.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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