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인터넷 언론 S사는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여직원 2명이 고구마를 들고 있는 사진을 게재하면서 남성의 성기와 연관된 제목을 달았다. 햇고구마 출시 행사를 홍보하기 위해 모델로 나선 직원들이 졸지에 음란하기 그지없는 여성이 된 것이다.
이들은 S사에 기사 삭제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포털 사이트들을 통해 더욱 널리 알려졌다. 결국 이들은 초상권과 명예훼손을 이유로 S사와 5개 포털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조정신청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냈다.
또 다른 인터넷 언론사 기자는 최근 대기업 S사 홍보실에 팩스를 보냈다. 해당 기업을 의도적으로 강하게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기사였다. 그는 홍보실에 “이런 기사가 나갈 건데 우리 부장 몰래 보냈다”며 기사를 안 싣는 조건으로 돈을 요구했다.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것의 줄임말)’ 군소 인터넷 언론이 범람하면서 이같이 개인과 기업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아졌다. 확인되지 않은 잘못된 사실 보도로 유명 연예인 등 개인이 입는 피해도 크지만 기업의 경우엔 주가와 매출, 기업 이미지에 직격탄을 맞는다. 그렇다고 1900여개에 달하는 인터넷 언론의 중구난방 보도에 일일이 대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 때문에 재계에선 민간 자율규제기구를 통해 인터넷 언론의 진입 가이드라인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행 신문법상 취재기자 2명, 편집기자 1명 이상만 있으면 누구나 인터넷 언론사 등록증을 받을 수 있다. 사실상 ‘전면 허용’이나 다름없다.
고급 호텔이 몰려 있는 서울 소공동은 군소 인터넷 매체 기자들의 주요 활동지다. 거의 매일 오찬을 겸한 기자간담회가 열리는 것을 노려 아무 호텔이나 들러 점심식사를 해결하는 것. 재계 관계자는 “간담회를 열 때마다 초청하지도 않은 기자들이 몰려와 난감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들을 원천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다. 표현의 자유에 배치되는 일이거니와 만일 그랬다가는 언젠가는 보복을 당할 수 있다.
기업 고위층에 대한 악성 루머를 사실 확인 없이 기사화하거나 일부 소비자 제보를 부풀려 쓴 뒤 해당 업체에 기사 삭제를 조건으로 광고 협찬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기업이 별 반응을 안 보이면 같은 방식의 공격을 계속한다. 이런 보도는 포털을 통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기 때문에 수습하기도 어렵다.
또한 기자 수가 서너 명에 불과한 문제성 있는 인터넷 매체의 범람은 결과적으로 뉴스의 신뢰성 저하, 기사 거래, 피해자 권익구제의 어려움 등으로 이어진다.
재개는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공동대안 모색에 나섰다. 전경련경제홍보협의회와 한국문화콘텐츠학회가 9일 공동 개최한 ‘인터넷 언론의 영향과 기업 홍보’ 세미나에 발제자로 나선 김광재 한양사이버대 교수는 “정제되지 못한 기사 생산시스템을 가진 소규모 인터넷 언론들은 속보 경쟁 속에 취재 과정이 생략된다”며 “출처가 불분명한 인터넷 자체를 정보원으로 삼는 것도 왜곡 보도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강한 제도적 강제규정 도입은 어렵다”며 민간주도의 자율규제 모델을 제안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박창신 티씨엔미디어 대표도 “민간 자율규제기관을 설립해 인터넷 언론사 진입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