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무릎팍도사)는 이제 어느 정도 단물 빠진 예능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내부 구성도 반복돼 식상하고 지루하다는 시청자들도 보인다. 스타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이색적인 콘셉트로 장수하고는 있지만 방송 초기 날카로운 독설과 묘한 긴장감은 거의 사라졌다. 이제 그 자리에는 강호동이 시종일관 외치는 “영원하라”라는 주문으로 함축되는, 가끔 면죄부로 평가될 정도인 무분별한 감동 코드가 자리하고 있다.
비록 뾰족함은 많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무릎팍도사’가 무려 4년 넘도록 장수하고 있는 저력은 여전히 존재한다. 섭외와 소통을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은 ‘무릎팍도사’의 가장 큰 무기다. 4시간 가까이 진행되는 녹화 분량 자체도 세트 녹화를 진행하는 다른 예능 프로그램들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기획 단계부터 심혈을 기울여 섭외하는 출연자는 방송에서 자주 볼 수 없는 연예인이 대부분이다. 안철수와 박칼린, 박경철 등 다소 예능과 거리가 먼 사회적인 인물도 곧잘 섭외한다. 여기에 종이신문 와이드 인터뷰를 방불케 할 정도로 방대한 조사를 하고 민감한 질문을 과감히 던지는 것은 ‘무릎팍도사’의 식상함을 숨겨주는 킬러 콘텐츠다.
하지만 2일 방송된 ‘무릎팍도사’ 동방신기 편은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다. 섭외를 위한 노력도, 소통을 위한 자세도 모두 부족했다. 최근 JYJ와 SM엔터테인먼트(SM)의 전속계약을 둘러싼 법적 분쟁 때문에 2인조로 재편된 동방신기는 지상파TV에 전방위적으로 출연하고 있다. SM에서 사활을 걸었다는 소문이 들릴 정도다. 새 앨범 광고를 이례적으로 TV 광고로도 했다. 따라서 동방신기는 적어도 ‘무릎팍도사’가 내세우는 희소성 있는 스타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난다.
법적분쟁 당사자가 출연한 것도 석연찮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의 흐름은 과오에 대해 일종의 ‘추억 팔기’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휘말린 법적분쟁 사안에 대해서는 함구하는 편이다. 특정 세력의 주장을 앞세웠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릎팍도사’는 철저하게 동방신기 입장에서 JYJ 사태를 다뤘다. 최강창민은 JYJ가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시점에 대해 “이제 수확만 하면 될 시기”라고 규정했다. 수익분배를 문제 삼아 팀을 벗어난 JYJ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JYJ 팬덤은 노골적으로 ‘무릎팍도사’를 압박하고 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JYJ 섭외를 요구하는 게시물이 빗발치고 있다. 대다수 연예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트위터에는 ‘무릎팍도사’의 편향성을 제기하는 주장이 계속 리트윗 되고 있다. 문제는 동방신기를 졸지에 ‘2방신기’와 ‘3방신기’로 쪼갠 JYJ 사태에 전혀 관심 없는 대중도 편향성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점이다.
해결책은 아주 간단하다. JYJ에게도 일종의 반론권을 주면 된다. JYJ는 현재 일부 교양 프로그램만 얼굴을 비추고 있을 뿐 예능 프로그램에는 아예 출연하지 않고 있다. 출연을 안 하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는 중요치 않다. 적어도 현 시점에서 희소성은 JYJ가 동방신기를 앞선다. JYJ를 출연시키는 것은 자주 방송에서 만날 수 없는 스타를 섭외하기 위해 시종일관 노력하는 ‘무릎팍도사’의 기획 의도와도 아주 잘 맞는다. 가슴 아픈 사연을 담은 감동 코드 등은 JYJ도 동방신기에 비해 만만치 않다.
만약 ‘무릎팍도사’가 JYJ의 출연 또는 섭외 자체에 대한 노력을 게을리 한다면 일각에서 JYJ의 방송 출연을 막는 원인으로 거론되는 이른바 ‘SM 압력설’이 사실로 여겨질 수 밖에 없다. 동방신기 편에 대한 편향성 시비도 본격적으로 제기될 수 있다. JYJ 팬덤의 ‘SM BC' 주장에 ‘무릎팍도사’가 내놓을 해답이 주목되는 이유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