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집배원의 슬픈 죽음

30대 집배원의 슬픈 죽음

기사승인 2011-03-05 00: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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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집배원은 인천의 한 아파트 계단에서 숨진 지 17시간 만에 발견됐다. 그가 계단에서 발견된 것은 사명감 때문이었다. 그는 넘치는 우편물을 배달하기 위해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했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남인천우체국 소속 집배원 김모(33)씨가 3일 오전 7시48분쯤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의 한 아파트 16과 17층 사이 비상계단에 숨져 있는 것을 동료 직원 윤모(31)씨가 발견했다고 4일 밝혔다.

윤씨는 이날 김씨가 출근하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김씨의 배달구역을 더듬었다. 그러다 아파트 앞에 세워진 그의 배달 오토바이를 발견했고 김씨를 찾아냈다.

발견 당시 김씨는 두개골이 함몰된 채 대리석 계단에 비스듬히 누워 있었고 주위엔 피가 흥건히 고여 있었다. 머리를 심하게 다치는 중상을 입었음에도 구호를 받지 못한 채 차가운 돌계단에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발견 당시 시신은 입에 오른손 장갑을 물고 있었고 메모지와 볼펜이 주변에 놓여 있었다. 메모지에는 아파트 동 4자리 수 가운데 앞 3자리가 적혀 있었다.

경찰은 김씨가 2일 오후 3시쯤 아파트 16층에 소포를 배달하려고 계단을 내려오다 발을 헛디뎌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소포 상자 3개를 들고 엘리베이터를 탄 김씨가 오후 2시43분 16층에서 내리는 모습을 끝으로 폐쇄회로(CC)TV에서 자취를 감췄다"며 "아파트 23층에도 배달할 소포가 있었기 때문에 23층 배달을 마친 뒤 16층으로 내려오다 사고당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씨가 엘리베이터가 대신 계단을 이용한 이유는 많은 우편물을 빨리 배달하기 위해서였다. 집배원들은 엘리베이터를 타려면 오래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김씨처럼 계단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김씨와 같은 집배원이 1일 배달해야 하는 우편물은 2600건이나 된다. 최근에는 우체국 택배 업무의 비중이 커지면서 집배원들의 부담이 늘었다.

남인천우체국에는 택배 전문 요원 34명이 있는데 1일 8000개에서 1만2000개의 소포가 오기 때문에 185명의 일반 집배원도 택배 업무를 나눠 맡는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사고 당일에도 몸이 편찮은 어머니 서경순씨(61)를 돌보기 위해 오전 휴무를 신청했지만 하루 배달량을 생각해 오전 9시30분에 집을 나섰다.

김씨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이 알려진 뒤 조문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인천시 부평구 구산동 인천산재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는 김씨의 어머니와 여동생 인희(31)씨 부부가 비통한 표정으로 조문객을 맞았다.

이날 빈소에는 정부와 인천시 관계자, 정치인, 그리고 우정사업본부 등 우편 관계 기관 관계자들이 찾아와 고인의 넋을 기렸다.

오후 6시쯤엔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김성태, 이윤성, 조진형, 조전혁, 황우여 의원 등과 함께 빈소를 찾아 유가족을 위로했다.

네티즌들도 김씨의 죽음에 애도의 글을 올리고 있다.

한 네티즌은 "중간에 누군가 계단으로 한번이라도 내려갔다면 김씨를 발견해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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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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