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원전 사고로 떠오른 과거의 기억들

일본 원전 사고로 떠오른 과거의 기억들

기사승인 2011-03-29 18:20:01
[쿠키 지구촌] 일본발 원자력 사고 공포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일본 NHK는 28일 원전 인근에서 발견한 시신을 방사선량 수치가 너무 높아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날엔 2호기 물웅덩이에서 원자로 냉각수보다 10만 배 높은 ㎤당 1900만 베크렐(㏃)의 방사능 수치가 측정됐다.

이 같은 소식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인터넷에선 과거 여러 형태의 방사능 사고와 일본의 상황을 비교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과거 사고의 기억들이 일본에서 재연되고 있는 셈이다.

◇피폭 시신에 돌팔매=방사능에 대한 무지와 부주의에서 비롯된 가장 충격적인 방사능 재난 사례는 1987년 브라질 고이아니아 지방의 방사능 누출 사고다.

85년 이 지역 한 암 전문 의료원이 새 건물로 이전하면서 법적 분쟁에 휘말렸고 병원은 방사선 암 치료기를 둔 채 떠났다. 기계 안엔 위험 물질인 염화 세슘이 그대로 있었다.

사고는 기계를 지키던 경비원이 1987년 9월 13일 무단 결근하면서 발생했다. 청년 2명이 의료 기기를 뜯어 훔친 뒤 집에서 이를 해체했다. 캡슐 안에서 푸른 빛을 발산하자 이들은 화약이라 판단했고 캡슐을 25달러에 고물상 주인에게 팔았다.

고물상 주인은 친인척을 초대해 보여주고 나눠줬다. 고물상 주인의 형제는 자신의 6살짜리 딸과 아내 마리아에게 몸에 좋다며 먹였다. 피부에 바르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이 동시에 아프기 시작하자 마리아가 문제의 가루를 동물 병원에 가져갔다. 방사능이 유출된 지 보름이 지난 9월 28일이었다. 이후 이 물건은 마리아의 손에 들린 채 보건소와 군병원을 찾아갔다. 이동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방사능 물질에 그대로 노출됐다.

가루의 정체가 판명된 뒤 브라질은 비상이 걸렸다. 브라질 정보 소속 원자력위원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8개 지구 25가구가 오염됐고 250여명이 방사능에 피폭됐다. 방사능 오염 여부를 검진 받은 사람만 10만명이 넘었다.

사망자도 발생했다. 가루를 먹은 6살짜리 딸과 마리아는 각각 6㏜(시버트), 5.5㏜의 피폭당해 같은 날 사망했다. 두 모녀의 장례식은 끔찍했다. 현지 의료진들은 방사능을 두려워해 시신에 접근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당시 CNN 보도에 따르면 시체는 납으로 된 무게 600㎏ 이상의 관에 밀봉된 채 매장됐다. 장례식장엔 방사능 공포에 질린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도시 안에 그걸 묻으면 안 된다”며 돌을 던졌다.

이들 외에도 고물상에서 고용됐던 남성이 4.5㏜의 피폭을 당해 사망했고 고물상 주인은 5㏜의 피폭을 당해 죽었했다. 20명의 환자는 입원 치료를 받았다.

◇비에 흘러넘치고 바람에 날아가고=방사능 물질이 포함된 물웅덩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을 땐 최악의 상황이 연출됐다.

바로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 중 하나로 꼽히는 러시아 카라차이 호수 지역이다.

키시팀시 근처 마야크 핵연료 재처리 공장은 1948년부터 운전을 시작했다. 이 곳은 방사능 폐기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여러 차례 위험한 상황을 맞았다.

마야크 공장은 전용 저장 시설의 용량이 초과하면서 인근 데차강에 이를 그대로 흘려보냈다. 그러나 방사능 오염으로 강 주변이 황폐해지자 고준위 방사능 폐기물을 근처 카라차이 호수에 버리기 시작했다.

국제 원자력 기구(IAEA)가 원자력 사고 척도인 7단계 중 6단계에 속하는 키시팀 사고도 1957년 바로 방사능 폐기물이 쌓인 카라차이 호수에서 일어났다.

공장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 이 호수에 저장 시설을 만들어 보관하기 시작했다. 그 양이 무려 70t이었다. 그러데 냉각장치 이상으로 추정되는 사고로 저장 시설이 터졌고 방사능 물질이 누출됐다. 방사능 물질은 바람을 타고 날아가 800㎢에 달하는 땅을 오염시켰다. 1만명이 피난했고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4배에 달하는 47만명이 방사능에 피폭됐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물웅덩이에 남아있던 방사능 폐기물은 끊임없이 이 지역을 괴롭혔다. 비만 내리면 사방으로 흘러넘쳤고 1967년 가뭄이 들었을 때는 호수가 말라버리면서 방사능 폐기물이 바람을 타고 주위에 퍼져 지역 전체가 오염됐다. 이 호수는 현재 콘크리트로 매립돼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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