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부산 갈매기들이 뿔이 단단히 났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팬들이 ‘무관중 운동’을 벌이고 있다. 30일 포털사이트 각종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했고, 인터넷 야구 커뮤니티 사이트와 트위터 등을 중심으로 무관중 운동 릴레이 청원이 벌어지고 있다.
팬들이 무관중 경기를 목표로 잡고 있는 날은 다음달 26일부터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SK 와이번스와의 홈 3연전이다. ‘못 살겠다. 갈아보자. 무관중으로 대동단결’이라는 문구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롯데 팬들이 무관중 운동을 벌인 표면적인 이유는 성적 부진이다. 2001년부터 이른바 ‘888577’ 순위를 기록할 정도로 암흑기를 보낸 롯데는 ‘꼴데’, ‘가을에도 야구하자’ 등 희대의 수식어가 나온 끝에 2007년 국내 프로야구 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으로 부임한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일궈냈다. 하지만 올해 19년 만의 우승을 목표로 야심차게 영입한 양승호 감독은 이날 현재 28승3무36패로 6위로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포스트시즌 마지노 선인 4위 LG 트윈스와는 6.5게임 차다.
성적 부진과는 별개로 무관중 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시즌 초반 지명타자 홍성흔의 외야 기용 실패로 귀결되는 포지션 혼란, 고원준과 코리 등 투수진의 잦은 보직 전환, 혹사 논란이 대표적인 이유다. 실제 팬들은 시즌 초반에도 이 같은 이유로 집단 행동에 나서려고 했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의 경질에 대한 비판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타격 7관왕으로 시즌 MVP를 차지한 이대호를 연봉조정 신청까지 가게 만든 구단에 대한 불만도 가득하다. 스카우트 능력 부재와 유망주 육성 실패, 인색한 투자 등에 대한 비판이 봇물을 이룬다.
롯데 무관중 운동은 올 시즌 663만 관중 동원을 목표로 삼은 KBO 입장에서도 곤혹스럽다. 2008년부터 3년 연속 100만 관중을 기록한 롯데는 시즌 개막 당시 지난해(117만5665명)보다 17% 증가한 140만명을 목표로 잡았다. 롯데 성적 부진이 무관중 운동으로 정점을 찍고 관중 급락으로 이어진다면 KBO의 관중 동원 목표는 물거품이 될 수 밖에 없다.
KBO 역대 최소 관중 기록은 1999년 10월7일 쌍방울과 현대의 54명이다. 2위가 바로 롯데다. 2002년 롯데와 한화의 사직 경기에 들어온 관중은 69명이었다. 당시 홈 평균 관중은 2284명에 불과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