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페셜] 한국의 미녀 격투기 선수가 일본의 남자 코미디언 3명과 맞붙어 격투를 벌이는 내용의 일본 방송이 뒤늦게 논란이다. 보호 장구조차 갖추지 않은 한국의 미녀 선수가 정색을 하고 달려드는 일본 남자들로부터 고전을 면치 못했기 때문인데, 한국은 물론 일본 네티즌들조차 “치졸한 프로그램”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문제의 프로그램은 지난 3일 일본 지상파 TBS에서 방송된 ‘불꽃체육회 TV 슛 복싱 대결2(이하 불꽃체육회)’라는 스포츠 버라이어티 쇼. 여성 스포츠 스타와 남자 연예인들의 ‘리얼 성대결’을 다루는 쇼는 이전의 남녀 성대결이 코믹함에 초점을 맞췄던 것과 달리 진지하게 승부를 목표로 삼는다.
이날 여성 스타에는 ‘얼짱 파이터’로 이종격투기 K-1 무대에 여성으로서 세계 최초로 도전한 한국의 임수정(25) 선수가 등장했다. ‘한국 최고 미녀 격투선수’로 방송에 소개된 임수정은 코미디언인 카스가 토시아키(32)와 시나가와 히로시(39), 이마다 코지(45) 등과 차례로 3분 1라운드씩 총 3라운드 경기를 치렀다.
링에 오른 임수정은 애초 “(상대방 남성들에게 경기가 끝난 뒤) 미안한 마음이 들 것 같다”고 호언했지만, 그녀의 바람은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무너지기 시작했다.
첫 라운드에 나선 카스가가 육중한 몸을 앞세워 임수정을 압도했기 때문. 임수정은 경기 시작 8초만에 카스가의 왼발 하이킥에 링에 쓰러지고 말았다. 분위기를 탄 카스가는 이후 줄곧 하이킥과 로우킥은 물론 니킥까지 구사하며 임수정을 곤경에 빠뜨렸다. 임수정은 평소대로 끈질기게 물러서지 않고 파이팅 넘치는 공격으로 맞섰지만 좀처럼 반전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카스가의 강력한 공격에 힘을 잃었는지 임수정은 두 번째 선수 시나가와에 이어 이마다와의 싸움에서도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이마다의 뒤돌려차기에 또다시 링에 쓰러지기도 했다. 경기는 무승부로 판정 났지만 임수정은 파이터로서의 자존심을 구긴 경기였다.
경기 내용을 담은 동영상이 뒤늦게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자 한국 네티즌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들은 우선 임수정이 여성인데도 불구하고 상대 남자 선수들에 비해 지나친 핸디캡을 안고 경기에 나섰다고 지적하고 있다. 임수정은 헤드기어를 차지 않고 시합을 치렀는데 상대방 남자 선수들은 모두 헤드기어를 착용했으며, 임수정의 글러브가 남자 선수들의 글러브 보다 훨씬 컸다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한류의 득세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일본이 경기를 통해 스트레스를 푸는 것처럼 느껴진다”며 “비열하고 치졸한 프로그램이다. 불쾌하다”고 비판했다.
카스가의 전력도 문제가 되고 있다. 격투기 전문 웹진 ‘무진’은 “카스가는 2007년 K-1 일본 트라이아웃에 출전한 경력의 선수급 실력자이며 임수정보다 30㎏ 가까이 무겁다”며 “그 정도라면 격투기 경기에서는 4∼5체급 이상의 체급 차이”라고 지적했다. 무진은 또 나머지 2명에 대해서도 “대결을 앞두고 주5일 훈련을 했다고 하는데, 일본에서는 전업 격투기 선수들 외에 주5일 훈련을 하는 일은 드물다”며 “일본에서도 비상식적인 경기였으며 임수정이 가여웠다는 반응이 빗발쳤다고 한다”고 전했다.
실제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의 해당 동영상에는 일본 네티즌들의 비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CHICHINPUI2’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임수정의) 핸디캡이 너무 크다. 남자만 글러브가 작고 체중 차이도 많이 난다”며 “불쾌한 승부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적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