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13일 간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 내내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야권단일 박원순 후보의 단점으로 얼룩졌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선 전초전 양상마저 띠게 되면서 나 후보와 박 후보의 장점은 더욱 희석됐다. 서울시를 이끌 정책과 비전은 사라지고 두 후보의 아킬레스건만 부각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 후보는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혹독하게 당했다. 인터넷 방송 ‘나는 꼼수다’는 이달 15일부터 부친의 사학 문제, 판사인 남편의 기소청탁 의혹 등 나 후보 가족의 도덕성 문제를 연일 거론했다. 나 후보는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라고 맞섰지만 트위터 등 SNS를 통해 급속도로 인터넷을 강타한 ‘나는 꼼수다’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공식 트위터는 자화자찬 논란에 휘말려 네티즌들의 비웃음을 샀다. 나 후보 측은 트위터 계정연동 오류라고 서둘러 해명했지만 한나라당은 또다시 인터넷에 취약한 이미지를 노출시켰다.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인 신지호 의원의 MBC ‘100분 토론’ 음주방송 파문과 억대 피부 클리닉 논란도 무한 리트윗(Retweet·재전송) 되는 바람에 나 후보를 트위터에서 십자포화를 맞게 했다.
반면 박 후보는 TV토론으로 ‘초짜’ 정치인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박 후보는 TV토론이 있는 날에는 오후 일정을 거의 비울 정도로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과 세부적인 정책 내용을 두고 연일 캠프 정책 담당자들과 머리를 맞댔지만 나 후보 공세에 밀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박 후보는 나 후보가 병역과 학력 문제를 거론하면 제대로 된 반박을 하기도 전에 이내 얼굴이 굳어지기 일쑤였고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시종일관 점잖은 박 후보로 인해 서울시장 선거판 자체가 ‘박원순 검증’으로 바뀌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안철수 바람을 업고 ‘반MB’, ‘반오세훈’ 투쟁을 기대한 야권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성과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