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동뮤지선 남매, 한국서 자랐다면 어땠을까…

악동뮤지선 남매, 한국서 자랐다면 어땠을까…

기사승인 2013-04-09 20:49:00


[쿠키 문화] “정말 부모님이 어떻게 키우면 이렇게 되는지, 이 아이들이 보충수업하고 학원 다니면서도 이렇게 자랄 수 있었을까요?”

SBS TV 오디션 프로그램 ‘K팝 스타2’ 심사위원 박진영의 얼굴이 상기됐다. 지난 일요일 이 프로그램에서 우승한, 몽골에서 온 10대 싱어송라이터 ‘악동뮤지션’을 두고 한 말이다.

악동뮤지션은 최종 무대에서 핸슨의 ‘음밥(Mmmbob)’에 저스틴 비버와 스티비 원더의 리듬을 자유자재로 섞어 그들만의 스타일로 만들어냈다. 24분음표 노래를 16분음표로 새롭게 해석했는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데뷔도 하기 전에 벌써 54곡의 자작곡을 써왔다는 이들이 새 노래를 선보일 때마다 음원 차트가 요동쳤다. 악동뮤지션의 음악에는 기성 가수도 머쓱해질 만한 신선함과 발랄함이 있었다. 멜로디는 그동안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는 새로움 그 자체였고, 목소리에는 사람의 마음을 끄는 독특함이 있었다.

악동뮤지션의 이찬혁, 수현 남매는 1996년, 1999년생. 고등학교 2학년, 중학교 2학년의 나이다. 이들은 선교사인 부모를 따라 2년 전 몽골에 갔다. 드넓은 초원에서 별을 보며 자유롭게 자란 남매는 학교를 다니는 대신 홈스쿨링을 했다. 호기심 많고 창의력 왕성한 청소년기, 이들은 한국의 제도교육을 피해갔다. 창작 의욕을 꺾일 일도 없었다. 오빠는 곡을 쓰고 동생은 노래를 했다.

만약 이들이 한국에서 계속 학교를 다녔어도 지금 같은 천재성을 간직할 수 있었을까. 아닐 것 같다. 찬혁군은 새벽에 일어나 밤늦게까지 계속되는 정규수업, 특강, 보충수업, 야간자율학습을 하느라 기타를 들고 작곡할 시간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수현양은 ‘중학교 2학년 의무 마라톤’을 위해 체육시간에 운동장 10바퀴씩 뛰느라 노래할 기운이 다 빠져버렸을지도 모른다. 남매는 어쩌면 성적 위주로 줄을 세우는 현실에서 스스로 창작 의욕을 꺾어 버렸을지도 모른다.

우리 주변에 어린 천재·영재는 많다. 이들은 여러 분야에서 반짝반짝 빛난다. 누군가는 클래식 음악을 듣고 계 이름을 즉석에서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절대음감을 가졌고, 누군가는 배우지도 않았는데 혼자서 한글을 깨친다. 어떤 아이는 기억력이 비상해 어려운 공룡 이름을 줄줄 외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들이 서서히 사라진다. 획일적인 제도교육에 편입되고, 의지와 상관없이 여러 학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미국 아이들보다 더 많은 영어 단어를 외워야 하는 영어학원, 중학교 때 이미 고교 3년 과정을 선행학습하는 수학학원. 그런 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혹은 학원 진도를 따라가기 위해 개인과외를 받아야 하는 요즘의 아이들. 타고난 천재성을 지키기 너무 어려운 현실이다.

중·고교 6년간의 긴 터널을 통과하면 곧 스무 살. 20대야말로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같은 천재들이 불쑥불쑥 나와야 하는데 잘 보이지 않는다. 몸은 시들시들해졌고 머리는 굳었다.

더 많은 ‘악동’이 나와야 한다. 모든 분야에서. 아이들의 개성과 재능을 살려주고 의욕을 북돋아줄 공교육이 필요하다. 공부를 게을리하라는 뜻은 아니다. 다시 박진영의 얘기로 돌아가 본다. 악동뮤지션은 음악성과 창의력을 갖춘 재능 많은 아이들이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재능이 있어도 꾸준한 배움과 노력 없이는 10년을 버티기 어렵다. 시(詩) 같은 찬혁군의 랩과 매력적인 수현양의 목소리를 계속 들을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승주 문화생활부 차장 sj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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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기 기자
sj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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