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甲甲해진 네이버와 다음, 乙의 눈물 외면

[친절한 쿡기자]甲甲해진 네이버와 다음, 乙의 눈물 외면

기사승인 2013-05-27 15: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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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甲甲해진 네이버와 다음…乙의 눈물 닦아주는 상생의 문 열어야>

[친절한 쿡기자] 5월 한달 여를 관통한 사회적 이슈라면 단연 ‘갑을관계’를 꼽지 않을 수 없습니다.
포스코에너지 ‘라면 상무’와 프라임베이커리 ‘빵회장’에 이어 지난 4일 국민일보 쿠키뉴스가 남양유업 사건을 첫 보도한 이후 ‘갑의 횡포’와 ‘을의 분노’가 온·오프 공간을 도배질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남양유업 사태는 정치권에서 ‘남양유업법’ 제정을 논의하고 있을 정도로 국민 전체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컸다고 할 수 있습니다. 27일 현재 네이버 뉴스에서 ‘남양유업’을 검색한 결과 언론들은 5700여건의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갑을관계’와 ‘갑의 횡포’로 검색되는 뉴스는 1700~1800건에 이릅니다. 이에 못지 않게 큰 충격을 안겨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도 따지고 보면 갑(남성)과 을(여성)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두 사람 간 일시적이지만 ‘권력(權力)’과 ‘성(性)’을 매개로 한 주종관계에서 바라봐야할 것입니다.

이 중에서도 남양유업 사건은 라면상무, 빵회장에 이어 적시에 터져 타이밍이 절묘한 면도 없지 않았지만 갑의 횡포란 본질적 속살을 그대로 드러냈기 때문에 파장이 훨씬 컸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라면상무와 빵회장 사건은 개인 간 일시적·순간적 갑을관계의 성격이 강하다고 합니다. 그러니 같은 약자의 처지에서 공감을 표출하면서 신상털기 수준의 응징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반면 남양유업 사건은 윗사람의 지배나 지휘에 매여 있는 ‘지속적인 주종(主從) 내지 예속(隸屬)관계’란 점에서 스스로를 을(乙)이라고 생각하는 대다수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고 말합니다. 그 결과 신상털기 보다 훨씬 강한 불매운동으로 응징했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일련의 사건으로 인한 국민적 관심과 공분을 혹자는 2008년 5월 이명박 정부 초기 촛불시위에 버금갈 정도로 강했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공정거래위원회를 동원해 갑의 횡포에 대한 전방위 조사에 들어가고 여야가 을(乙)의 눈물을 닦아주는 ‘6월 국회’를 합창하고 있으니 그런 평가가 나올만 합니다.

<가상의 영역에서 벌어지는 갑의 횡포, 맘대로~멋대로~…“뉴스는 공짜” 고착화>



하지만 5년 전과는 확연히 다른 점이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촛불시위로 휘청거렸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갑을사태로 인해 기득권과 기업의 논리에 부딪쳐 주춤하고 있는 ‘경제민주화’를 실현할 수 있는 호기를 마련했다는 기대감마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기대감 가운데 공정위가 네이버와 다음의 불공정한 ‘갑의 횡포’를 조사하고 나선 것에 특별히 주목하고 싶습니다. 검색엔진 점유율에서 네이버(75%)와 다음(15%)은 90%를 장악하고 있는 독점 구조입니다. 이들에 대한 을(乙)의 원성은 오프라인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상의 영역이라서 온라인에 관한 기술적 원리와 정보유통의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눈 뜨고도 코 베이기’ 십상입니다.

특히 네이버는 김상헌 NHN 대표가 지난달 11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자랑했던 것처럼 세계에서 인정받는 ‘한국형 포털’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는 “70%의 점유율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네이버를 만족하면서 쓰고 있다는 이야기”라고 강변하기도 했습니다. 김 대표의 표현대로 네이버는 한국식 전통 상차림처럼 검색을 매개로 뉴스와 정보, 쇼핑, 광고 등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차려놓고 있습니다. 혹자는 네이버가 구글처럼 거쳐가는 포탈(관문·portal)이 아니라 ‘강제로’ 머물게 하는 토탈(total)이라고 빗대고 ‘모든 길은 네이버로 통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여기에는 공짜가 없습니다. 을(乙)들은 울분을 터트리면서도 네이버가 정한대로 따라야 합니다.

네이버가 검색 시장을 장악하는데 뉴스와 정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적어도 뉴스와 정보는 호객(呼客)을 하는 중요한 수단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바로 이러한 뉴스 정보를 10여년 이상 떡 주무르듯 해왔습니다.

언론사와 네이버 간 체결한 ‘정보제공계약서’를 보면 언론사가 네이버에 뉴스를 제공한 대가로 받는 정보제공료는 언론사가 연합뉴스 사용 대가로 제공하는 전재료에 비하면 참담한 수준입니다. 그것마저 정확한 산출 근거와 기준이 없습니다. 네이버가 일방적으로 부르는 금액을 언론사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따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네이버뉴스’에 노출되는 인링크(In-Link) 방식의 뉴스 조회수는 저작권자인 언론사가 전혀 알지 못합니다. 계약서상에 ‘기밀정보’란 항목이 있지만 네이버는 뉴스 제공 언론사들에게 어떠한 조회수 정보도 제공하지 않습니다. 불공정 계약 그 자체입니다. 이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네이버는 2009년 1월 뉴스캐스트를 통해 언론사에 일부 트래픽의 유입을 허용하는 아웃링크(Out-Link) 정책을 병행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 지난 4월 1일부터 뉴스스탠드를 도입, 아웃링크를 억제해버렸습니다. 국가 지정 통신사인 연합뉴스에 대해서는 별도의 대문을 열어주는 ‘시혜적 특권’을 주면서 말입니다.

<사상의 자유시장 원리 몰이해…시사뉴스와 오락뉴스 구별해야>

낚시 기사를 근절하기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15세기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발명하면서 인류의 문명은 혁명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인쇄술로 인해 성경이 대량 출판되었고 성경의 보급은 유럽 대중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는 눈을 뜨게 했습니다. 동시에 인쇄술 이후 프로노그라피가 유럽의 뒷골목에서 창궐했습니다. 당시 적잖은 우려와 논란이 있었지만 성경은 결국 음란물을 밀어내고 유럽을 세계 문명의 중심에 올려놨습니다. 미국은 200년 역사에서 옐로우저널리즘의 창궐을 겪으면서 오늘날 가장 언론의 자유를 향유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사상의 자유시장 원리에 따라 선(善)이 악(惡)과, 진실(眞實)이 거짓과 싸워서 구축(驅逐)하도록 유도하는 인내심과 계도정신을 발휘하지 못하고 ‘공룡포털’의 잣대로 모든 언론을 싸잡아 매도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굳이 네이버에 제언하자면 여론 형성 기능을 하는 <시사>와 오락적 기능을 하는 <연예>와 <스포츠>를 구별하고 시사뉴스의 기능을 주도적 반열에 올려놓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런 점에서 <많이 본 기사><댓글기사> 등 소위 랭킹기사를 편집하면서 오락적 뉴스와 시사 뉴스를 동일 취급하는 것은 언론에 대한 네이버의 몰이해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모바일 뉴스마저 인터넷 초기 먹이사슬 구조 그대로 답습>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앱(Application)으로 뉴스를 보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김 대표는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지난해 PC 사용시간이 2년전보다 퇴보한 대신 스마트폰 단말기는 2년 전에 비해 2.5배 늘었다”며 “모바일에서 네이버는 9등, 사용시간에 있어선 2등”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카카오톡이 모바일 중심 포털화되어 가고 있는 것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선지 네이버는 모바일 1등 카카오톡엔 아직 없는 ‘뉴스’에 더 폐쇄적이고 독점적인 정책을 펴고 있는 인상입니다. 네이버 앱으로 소비되는 뉴스의 조회수는 단 한건도 언론사에 유입되지 않고 있습니다. 모바일 앱에는 언론사에 일부나마 트래픽이 유입되는 뉴스캐스트나 뉴스스탠드 같은 것도 없습니다. 마치 네이버는 인터넷 초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 뒤늦게 다급해진 언론사로부터 뉴스를 ‘헐값’에 후려쳐 사들이던 시절의 먹이사슬 구조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뉴스는 상품이나 서비스와 달라…민주주의 기능 회복 위해 조회수 등 정보 공유 시급>

네이버나 다음의 인식에 더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상품이나 서비스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뉴스를 똑같이 취급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상품이나 서비스는 자본주의의 근원이라면 뉴스는 자본주의의 속성을 가지면서도 민주주의의 요체라는 것입니다. 신문은 발행부수와 유가부수, 방송은 시청률을 통해 여론의 척도를 가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론사가 네이버에 공급하는 뉴스의 반향과 여론의 흐름을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네이버가 입맛대로 편집하고 그 결과로 나타난 ‘많이 본 기사’와 ‘댓글’ 기사로 여론의 척도를 가늠하는 정도입니다.

상당수 국민들은 언론사 역시 갑으로 여길 것입니다. 이러한 언론사들도 네이버에 꼼짝없이 당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온라인 골목상권의 틈새를 노리고 있는 수많은 영세 상공인들과 기업들이 오죽할까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사정이야 어찌됐든 공정거래질서 확립에 권력의 손길이 미치는 것은 원칙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여론의 다양성에 없어서는 안 될 뉴스라는 특수상품에 있어선 더욱 그러합니다. 당국의 개입 전에 네이버와 다음이 을(乙)과 최소한의 정보를 공유하는 상생 방안을 내놓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습니다. 적어도 뉴스 제공자와 최소한의 조회수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고 그에 입각해서 대등하고 상생 관계를 설정해야 합니다. 이는 네이버를 이용하고자 하는 모든 을(乙)들의 소원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 것만이 구글처럼 독점 소리를 듣지 않고 ‘한국형 포털’의 명예를 지키는 길일 것입니다.

<이 칼럼은 2010년 5월 27일자 국민일보에 게재된 칼럼 ‘돋을새김: 甲甲해진 포털들’을 보충한 것입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재호 기자 j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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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기자
j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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