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의 검찰 소환으로 초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이 회장의 경영공백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비상경영 체제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이 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 25일 CJ그룹은 패닉에 빠진 분위기였다. 그룹의 운명이 기로에 서 있다는 사실을 직감한 듯 긴장감만 가득 찼다.
CJ의 일부 임직원들은 아침 일찍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나가 이 회장의 출두 시 동선과 발언 내용 등을 점검하며 소환에 대비했다. 이 회장은 검찰 청사로 나오기 직전까지 서울 장충동 자택에서 소환에 대비한 최종 준비에 몰두한 것으로 알려졌다.
CJ의 사내 익명 게시판에는 ‘힘내세요’,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믿습니다’ 등 이 회장을 응원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서울 남대문로 본사와 계열사 임직원들은 착잡한 표정으로 사무실에 비치된 TV를 통해 이 회장이 소환되는 모습을 지켜봤다. CJ 관계자는 “이 회장의 야윈 모습을 보고 임직원들이 마음 아파 했다”고 전했다.
CJ법률팀과 변호인단은 법적 대응 논리를 점검하느라 분주했다. 검찰 조사에는 비서팀장인 김홍기 부사장 등이 동행하고 로펌 김앤장과 광장에서 합동으로 꾸린 변호인단 중 한 명이 배석했다.
이 회장의 사법처리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CJ 내부에서는 비상경영체제에 대한 논의가 구체화되고 있다. 이 회장의 검찰 소환 전까지는 이재현 후속 체제를 논의하는 것이 금기시 됐지만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이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CJ E&M 부회장 또는 이 회장의 외삼촌이자 그룹 공동회장인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비상경영체제를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지주사 주식을 전혀 갖고 있지 않아 지분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는 게 부담이다. 또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집중했던 이 회장이 그룹 경영에는 크게 관여하지 않았던 점도 걸림돌로 작용하는 상황이다.
이 회장 체제가 공고화되기 전까지 CJ를 진두지휘했던 손 회장의 복귀도 거론된다. 그러나 1939년생으로 올해 74세의 고령이라는 것이 약점이다.
이 부회장과 손 회장을 중심으로 한 집단지도체제나 전문경영인 체제가 도입될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다른 CJ 관계자는 “현재로선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는 것이 최우선이며 비상경영체제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확정된 것이 없다”면서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면 비상경영체제에 대한 윤곽도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