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생활 간섭은 사생활 침해”…법원, 육사 생도 퇴학 취소 판결

“성생활 간섭은 사생활 침해”…법원, 육사 생도 퇴학 취소 판결

기사승인 2013-07-14 09: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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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문준필 부장판사)는 주말 외박 시 여자친구와 성관계를 해 생도로서 품위를 손상했다는 등의 퇴교 처분을 당한 육사 생도 A씨가 육사 측을 상대로 낸 퇴학처분 무효 소송에서 "퇴학 처분을 취소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1월 말 소위 임관이 한 학기도 남지 않은 시점에 퇴학 처분을 당했고 지난 5월에는 병무청으로부터 일반병으로 입영하라는 통지를 받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성의 개방 풍조는 막을 수 없는 사회 변화이고 이제는 그것을 용인할 수밖에 없다"며 "국가가 내밀한 성생활의 영역을 제재의 대상으로 삼아 간섭하는 것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A씨의 성관계는 개인의 내밀한 자유 영역에 속할 뿐 성군기를 문란하게 하거나 사회의 건전한 풍속을 해친다고 보기 어려워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어쩔 수 없이 양심보고를 하면 내면적으로 구축된 인간의 양심이 왜곡·굴절되므로 헌법상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양심보고 불이행을 징계 사유로 삼을 경우 헌법에 위반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징계 사유 가운데 사복착용금지 규정 위반만 인정된다. 따라서 퇴학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하다"고 결론지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8년 5월 이른바 '3금 제도(금주·금연·금혼)' 위반자에 대한 사관학교의 퇴교 조치를 인권 침해로 판단하고 국방부 장관에게 관련 제도를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당시 육군사관학교는 이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A씨를 퇴학처분하기까지 했다.

A씨가 퇴학 처분 받은 주된 사유는 주말에 외박하면 여자친구와 성관계를 가져 품위유지 의무를 저버렸으면서도 이를 자발적으로 실토하지 않은 점, 승인받지 않은 원룸 임대와 사복착용금지 규정 위반 등이었다.

육사 측은 A씨가 생도생활예규상 남녀간 행동시 준수사항(금혼)에 나와 있는 '도덕적 한계'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A씨가 여자친구와 결혼을 전제로 사귀었고, 쌍방 동의 하에 영외에서 성관계를 한 점이 도덕적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 본 것이다.

육사측은 특히 A씨가 작년 11월 초 양심보고에서 여자친구와의 성관계 사실을 숨기고 있었으나 이후 "이성과 원룸에 출입하는 사관생도가 있다"는 한 민간인의 제보가 나오면서 추가 양심보고에서 뒤늦게 실토하자 이를 징계사유로 삼았다. 육사 생도생활예규는 생도가 양심의 가책을 받았을 때 자발적으로 보고하고 스스로 벌칙을 정해 반성의 시간을 갖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재호 기자 jhjung@kmib.co.kr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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