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양궁, 단체전에서 강풍에 0점 쏘고도 결승 진출

여자 양궁, 단체전에서 강풍에 0점 쏘고도 결승 진출

기사승인 2013-10-04 17:46:01
[쿠키 스포츠] 몸을 제대로 가누기도 힘든 태풍 같은 바람이 불었다. ‘신궁’으로 불리는 한국 여자 대표선수들도 마음이 흔들렸다. 그러자 손도 활도 흔들렸다. 웬만해서 실수를 하지 않는 윤옥희(예천군청)는 과녁을 빗나가 허공을 가르는 0점을 쐈다. 그러나 강풍도 한국 양궁의 저력을 꺾지는 못했다.

3일(현지시간) 터키 안탈리아 파필론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한국과 중국의 2013년 세계양궁선수권대회 여자 단체 8강전. 궁사들은 강풍 때문에 조준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 대표로 나선 기보배(광주광역시청), 장혜진(LH), 윤옥희는 초반부터 심하게 흔들렸다. 두 번째 엔드가 끝났을 때 중국에 93-103으로 무려 10점이나 뒤졌다. 한국 코치진의 얼굴은 사색이 됐다. 류수정 여자 대표팀 감독은 “눈앞에 지옥문이 열리는 것 같았다”고 심정을 털어놨다.

한국 선수들은 패색이 짙어졌지만 포기하지 않고 한발씩 쏠 때마다 “파이팅”을 외쳤다. 반전은 3엔드에서 일어났다. 한국의 세 궁사는 3엔드에 배당된 6발을 모두 9점 구역에 꽂았다. 중국이 9, 9, 7, 6, 6, 5점을 쏘아 한국은 147-145로 10점차 열세를 2점차 리드로 뒤집었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마지막 4엔드에서 5발까지 10, 10, 9, 9, 8점을 쏘며 10, 10, 9, 8, 8점을 쏜 중국에 3점 차로 앞섰다. 그러나 역전승을 코앞에 두고 윤옥희가 날린 마지막 화살이 과녁을 완전히 벗어나버렸다. 중국이 4점만 쏴도 한국의 패배. 그러나 중국은 마지막 화살을 3점 구역에 꽂았다. 193 대 193 무승부. 슛오프를 치르게 됐다. 궁사당 한 발씩 세 발로 승부를 가르는 슛오프에서 한국은 26점을 쏘아 22점에 그친 중국을 극적으로 따돌렸다. 윤옥희는 경기가 끝난 뒤 “이것은 경기가 아니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한편 한국 여자 양궁은 이어 열린 4강에서 멕시코를 181대 177로 따돌리고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은 이달 6일 벨라루스와 금메달을 놓고 맞붙는다. 남자 개인전에서는 오진혁, 이승윤이 결승에 올라 금메달을 확보했고, 혼성 결승전에는 오진혁-기보배 조가 출전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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