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예진 "가슴 속 꿈틀거림이 나를 배우로 이끌었다""

"손예진 "가슴 속 꿈틀거림이 나를 배우로 이끌었다""

기사승인 2013-10-08 16:25:01

선배와 후배 연기자의 앙상블이 빛나는 영화 두 편이 관객을 찾아간다. 바로 손예진(31) 김갑수(56)가 주연을 맡은 ‘공범’과 아역 배우 여진구(16)가 김윤석(45) 조진웅(37) 등과 호흡을 맞춘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약칭 ‘화이’)다. ‘화이’가 오는 9일 먼저 개봉하며 ‘공범’은 24일부터 상영된다. 지난 7일과 8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손예진과 여진구를 차례로 인터뷰했다.

2008년 5월 14일 방영된 예능 프로그램 ‘황금어장-무릎팍도사’(MBC)의 한 장면. 당시 이 프로그램 진행자 강호동(43)은 게스트로 나온 배우 손예진과 이런 문답을 주고받았다.

“내가 배우로서 끼가 있구나 생각한 건 언제부터예요?”

“중학교 때였던 거 같아요. 학창시절엔 되게 내성적인 아이였어요. (배우를 하기엔) 어울리지 않는 성격이었는데, 가슴 속에서 뭔가 꿈틀거린다는 걸 느꼈던 거 같아요. ‘아, 연기를 하면 표현되지 않는 뭔가를 끄집어낼 수 있겠구나’…. 그런 느낌을 받았죠.”

당시 여중생 손예진이 감지한 ‘꿈틀거림’, 이 느낌은 결국 그를 배우의 길로 이끌었다. 연기 인생의 시작은 2001년 드라마 ‘맛있는 청혼’(MBC)부터. 이후 그는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누구보다 활발한 활동을 펼쳤고, 지난 12년간 20편 넘는 작품에 출연했다.

그리고 그는 스릴러 영화 ‘공범’을 통해 자신의 연기 세계를 또다시 확장했다. 극중 손예진은 아버지를 살인범으로 의심하게 된 여주인공 다은 역을 열연했다. ‘공범’ 포스터에 적힌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의심이 시작된다’는 문구는 극중 그가 처했던 상황을 함축적으로 드러낸다.

“시나리오를 받고 처음엔 많이 망설였어요. 여러 생각이 교차하더라고요. ‘내겐 너무 힘든 역할이다’ ‘이 배역을 맡고 싶다’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그러다 출연 제의를 승낙하게 된 건 관객들에게 이토록 소름끼치는 영화를, 그리고 그런 영화에 등장하는 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노력하면 저의 새로운 모습을 많이 보여줄 수 있을 거 같았거든요.”

손예진은 그간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지만 정통 스릴러 영화는 ‘공범’이 처음이다. 극중에서 그는 15년 전 발생한 한 살인사건의 범인 목소리가 아버지와 같다는 데서 의심을 품기 시작한다. 무서운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부녀의 삶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극단의 감정을 표현해야 돼 촬영하는 내내 힘들었어요. 촬영 초반엔 제 스스로 컨트롤이 안 돼 밥도 못 먹고 잠도 안 오더라고요. 고통스러운 순간이 많았어요. 어떤 때는 몸에 힘이 다 빠져버린 느낌을 받기도 했어요. 하지만 촬영을 끝내니 ‘해냈다’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하더라고요.”

극중 손예진의 아버지 순막 역은 김갑수가 맡았다. 두 사람은 2006년 드라마 ‘연애시대’(SBS)에서도 부녀로 출연한 적 있으니 7년 만에 ‘아빠와 딸’ 신분으로 재회한 셈이다.

“아버지 역을 누가할지 굉장히 중요했는데, 선배님이 맡게 됐다고 해서 정말 다행이란 생각을 했어요. 7년 전 선배님에 대한 기억이 굉장히 좋게 남아있었거든요. 당시 선배님 연기하는 모습 보면서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사람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힘이 있는 배우라고.”

우리나라 나이로 스무 살에 연기를 시작한 손예진도 이제 30대의 문턱을 넘어섰다. 여배우에게 나이를 먹는다는 건 그 자체가 부담일 수 있을 터. 하지만 그는 “서른 살을 넘겨 정말 좋다”고 했다.

“20대 초반일 때부터 빨리 나이를 먹고 싶었어요. 그래야 성숙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고,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30대가 되니 확실히 안정감을 느껴요. 촬영 현장을 즐기는 여유도 생긴 거 같고요(웃음).”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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