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갱년기 여성들, 달콤한 언니가 되고 싶어요 17년만에 새 둥지 트는 DJ 이숙영

불타는 갱년기 여성들, 달콤한 언니가 되고 싶어요 17년만에 새 둥지 트는 DJ 이숙영

기사승인 2013-10-09 16:22:01

[쿠키 연예] 17년간 매일 오전 7시 SBS 라디오 107.7㎒에선 그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단 한번도 방송을 펑크 낸 적이 없었다. 아침 출근길, 그의 목소리를 듣고 삶의 기로에서 ‘다시 한 번 살아보자’는 용기를 낸 사람이 있었다. 밝은 기운을 전하는 그의 음성은 많은 직장인에게 활력소였다. 그는 방송인 이숙영(55)이다.

‘대한민국 라디오 DJ의 아이콘’ 이숙영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1996년부터 매일 오전 7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하던 파워FM의 ‘이숙영의 파워FM’을 떠나 SBS 러브FM(103.5㎒)에 새 집을 꾸리는 것. 오는 14일부턴 오전 8시30분부터 10시까지 러브FM을 통해 그의 활기찬 기운을 받을 수 있다.

“아쉬운 마음이 크죠.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이 청취자들에겐 큰 힘이었나 봐요. 그런 면에선 현재 수도권에만 방송되고, 시간이 옮겨지는 게 저도, 청취자들도 서운하지 않을 수 없어요. 하지만 러브FM을 살려보자는 특명을 받은 거라 기대하는 마음도 있어요.”

첫 방송을 앞둔 ‘이숙영의 러브FM’은 남편을 직장에, 자녀를 학교에 보낸 중년 여성들과 수다를 떠는 따뜻한 시간으로 꾸며진다.

“같이 차 한 잔하며 속 얘기를 나누는 ‘달콤한 언니’가 되고 싶어요. 40~50대들이 문화계에선 새로운 흐름이거든요. ‘불타는 갱년기’라는 말도 있듯 이 분들이야말로 문화를 즐길 줄 알고 소통을 원해요. 마음이 젊은 신(新) 중년 여성들과 함께 웃고 토닥이며 사랑을 담은 이야기를 나눌 거예요.”

매일 아침 그의 목소리를 통해 에너지를 받고 하루를 시작한 청취자들은 그를 ‘썬녀(태양처럼 에너지가 솟아나는 여성이란 뜻)’라고 표현한다. 그가 파워FM을 떠난다고 하자 아쉬움을 나타내는 ‘팬’들의 항의가 빗발친 것도 사실. 포털 사이트 다음의 아고라 게시판엔 개편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는 청취자까지 등장했다.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청취자를 꼽아달라고 하자 에피소드가 쏟아졌다. 실제로 그동안 라디오를 통해 만난 청취자들을 대부분 기억하고 있었다.

“25t짜리 화물차를 모는 남성분이었어요.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하시고 본인은 이혼에, 사업까지 실패한 뒤 자살을 결심하셨대요. 고속도로에서 눈을 감고 운전을 했는데 허무하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대요. 그 때 너무 외로워 라디오를 켰는데 ‘터널을 벗어나면 빛이 올 거예요’라고 말하는 제 목소리를 들으셨대요. 그 때 마음을 바꾸고 지금은 세 가지 직업을 갖고 열심히 살고 계신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는 너무 ‘고품격’이지도 또 너무 ‘저렴한 멘트’만 날리지도 않는 스펙트럼이 넓은 DJ다. 이 때문에 서민들의 이야기에는 현실적인 조언을, 초대 손님으로 나온 고위 공직자들에겐 색다른 시각으로 통쾌함을 전할 수 있었다.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그는 더 ‘사랑이 담긴’ 방송을 만들고 싶다. “제작진끼리 ‘러브 혁명’을 일으켜보자는 말을 해요. 제가 좋아하는 말도 ‘사랑에 살고 사랑에 죽는다’예요. 직접 청취자와 연결해 소소한 얘기들을 나누고 사랑 얘기를 미니 드라마로도 꾸며볼 생각이에요. 그동안 함께 했던 PD와 작가가 함께 하기 때문에 비슷한 분위기도 있고요. 아날로그 감성을 원하는 청취자들을 ‘힐링’시켜드릴 준비가 돼있어요.”


그는 이번 도전을 “숨을 고르는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질주해 왔던 시간을 뒤로하고 차 한 잔 앞에 두고 ‘느림의 미학’을 경험할 수 있지 않겠냐는 거다. 또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이 있듯이 시청률이 가장 잘 나오는 지금 옮기게 돼 행운이라 생각한다”며 겸손히 웃었다.

17년간 그를 대한민국 최고의 DJ가 되게 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평범한, 조금은 소외된 이야기에 관심이 많아요. 그 분들을 위로하고 에너지를 주는 일이 참 좋아요. 별명이 ‘호기심천국’일 정도로 다양한 것에 관심도 많고요. 방송을 진행할 땐 응축된 에너지를 애드리브로 표출하지만 평소엔 오히려 ‘경청’하는 습관이 있어요. 간접경험이 많아야 적절한 조언을 나눌 수 있거든요. 이 모든 게 지금의 저를 만들지 않았을까요?(웃음)”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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