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2’는 전작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까

‘친구 2’는 전작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까

기사승인 2013-11-05 18:21:00

[쿠키 포토] 영화 ‘친구’처럼 많은 유행어를 탄생시킨 작품은 드물다. 이는 관객들 뇌리에 각인되는 명장면이 많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 “니가 가라 하와이” “마이 묵었다 아이가”….

‘친구’는 남자들의 진한 우정을 1980년대 풍경 위에 포개 한국형 누아르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한 폭력성 때문에 ‘19금(禁) 영화’로 분류됐지만 2001년 개봉 당시 800만명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영화는 TV 드라마로도 만들어졌으며 몇몇 장면은 예능 프로그램 소재로 자주 활용되기도 했다.

‘친구 2’(14일 개봉)는 12년 만에 만들어진 ‘친구’의 속편이다. 전작을 만든 곽경택 감독이 또 다시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는 전편에서 동수(장동건 분)를 살해한 혐의로 17년간 복역한 준석(유오성 분)이 형(刑)을 채우고 출소하면서 시작된다.

17년 만에 세상에 나왔지만 준석은 여전히 ‘조직’에서 ‘큰형님’으로 불린다. 하지만 이는 허울뿐인 호칭이다. 조직은 이미 은기(정호빈 분)에게 장악된 상태다. 준석은 자신의 자릴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런 그의 곁엔 자신의 20대 시절 모습을 보는 듯한 성훈(김우빈 분)이 있다. 성훈은 준석이 고교 시절 어울리던 친구 혜지(장영남 분)의 아들이다. 성훈과 준석은 교도소에서 인연을 맺었다.

이러한 바탕 위에 영화는 갖가지 이야기를 보탠다. 준석이 속한 조직의 역사, 성훈이 가진 출생의 비밀, 전편에 모호하게 처리된 이야기가 품은 비밀들…. 영화 애호가들 입장에선 조직의 뒷이야기가 펼쳐질 때 미국의 명작 누아르 ‘대부’ 시리즈가 떠오를 수도 있겠다.

배우들의 열연은 ‘친구 2’가 가진 미덕이다. 전편에 이어 다시 준석 역을 연기한 유오성은 12년의 세월이 만들어낸 얼굴의 주름만큼이나 한층 깊어진 연기를 보여준다. 김우빈의 연기력도 나쁘지 않다. 다층적인 스토리 구조는 영화를 풍성하게 만들며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장면도 여럿 있다.

하지만 ‘친구 2’가 전작의 명성을 뛰어넘을지는 미지수다. 전편에서 강한 흡인력을 발휘한 80년대 부산 풍경, 관객들 향수를 자극한 학창시절 장면 같은 장치가 속편엔 등장하지 않는다. 인물의 감정 변화나 이들의 느끼는 슬픔 등도 뭉툭하게 처리되고 만다. 청소년관람불가.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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