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파이브’ 김선아 “조금 더 성숙한 인간이 된 거 같아”

‘더 파이브’ 김선아 “조금 더 성숙한 인간이 된 거 같아”

기사승인 2013-11-12 16:48:00

[쿠키 연예] 영화 ‘더 파이브’(감독 정연식) 여주인공 고은아의 직업은 도미노 예술가다. 그는 성냥갑만한 도미노 블록들을 세워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나간다. 하지만 이 도미노 블록은 세우는 건 위태롭고 아슬아슬한 일이어서 작업 도중 블록 하나만 넘어져도 그간의 노력은 물거품이 돼버린다.

은아가 겪는 상황은 이러한 자신의 직업과 닮아 있다. 과거 그는 애처가 남편, 여중생 딸과 함께 평범한 일상의 블록들을 쌓아나갔다. 하지만 갑자기 들이닥친 살인마(온주완)에게 가족이 살해당하면서 그의 삶은 속절없이 무너져 내린다. 홀로 살아남은 그는 하반신이 마비된 반신불구로 살아간다.

이러한 은아를 연기한 인물은 배우 김선아(38)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2005) 등이 크게 히트하면서 ‘로코(로맨틱코미디)의 여왕’으로 불리게 된 그는 ‘더 파이브’를 통해 기존 이미지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은아는 처절하고 때론 섬뜩하게 느껴지는 캐릭터다. 지난 11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선아는 ‘더 파이브’에 출연하게 된 이유를 이 같이 설명했다.

“어떤 작품을 끝내고 인터뷰할 때마다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제가 한 작품을 보면 다양하거든요. 저는 항상 변해 왔어요. 그런 만큼 이번 영화가 ‘뜻밖의 선택’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시나리오가 재밌어서 ‘본능’에 이끌려 출연을 결정했을 뿐이에요.”

‘더 파이브’는 은아가 연쇄 살인범을 상대로 벌이는 복수의 스토리를 담아낸다. 은아는 휠체어 신세를 지는 상황에서 자신의 힘만으로 살인마를 처단하는 건 무리라고 판단해 조력자를 찾아 나선다. 복수에 성공할 경우 자신의 장기를 내주겠다는 조건을 내건다. 그렇게 모이게 되는 인물이 정하(이청하) 남철(신정근) 대호(마동석) 철민(정인기) 등 네 명이다.

“제 성격이 그래요. 작품에 들어가면 제 주변을 전부 차단시켜버리고 배역에만 몰입해요. 그러다보니 슬픈 감정을 주로 연기해야 하는 인물을 맡으면 촬영을 하지 않을 때도 굉장히 예민해져요. 가족이 ‘다음엔 제발 평범한 역할 좀 맡아라’고 할 정도예요.”

김선아에게 이 영화는 악몽 같은 작품이기도 하다. 은아의 인생이 너무도 비참했기 때문이다. 특히 극중 딸이 살해당하는 장면을 지켜봐야 했던 건 비록 연기이긴 했지만 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았다. 김선아는 영화 개봉(14일)이 다가오면서 촬영 당시 느낀 아픔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했다.

“요즘 정신적으로 정말 힘들어요. 은아를 생각하면 아직도 심장이 뛰어요. 귓가에서는 살인마가 집안에 들어와 걸어 다니는 소리가 들려요. 시사회 때는 무대에 인사를 하러 나갔는데 갑자기 울음이 터지기도 했어요. 저는 이 영화를 두 번 봤는데, 두 번 다 제대로 볼 순 없었어요.”

그러면서 그는 ‘더 파이브’를 촬영하며 배운 점도 많다고 했다. 김선아는 “나의 ‘현재’에 감사하자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고 말했다. “3개월(지난 2~5월) 동안 촬영하면서 휠체어에 계속 앉아 있었는데 몸이 진짜 힘들었어요. 다리를 움직이면 안 되니 양 다리도 계속 묶어놔야 했지요. 그러다보니 지금 저의 건강한 모습에 고마운 생각이 들더라고요. 조금은 성숙한 인간이 된 거 같아요.”

영화는 동명의 웹툰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김선아는 은아의 아픔을 미리 경험해보고 싶지 않아 일부러 웹툰을 보지 않았다. 대신 그는 장애가 있는 은아를 완벽히 표현해내는 데 매진했다. 부모님이 모두 잠든 밤이면 상체의 힘만으로 방바닥을 기어 다니는 연습을 하기도 했다.

김선아는 ‘더 파이브’가 관객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는지 묻는 질문에 “‘좋은 영화’라는 말만 들어도 바랄 게 없을 거 같다”고 답했다. “열린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만약 내가 은아의 입장이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며 관람하셔도 좋을 거 같네요.” 청소년관람불가.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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