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당무로 놀림 받기 쉬운 ‘안면홍조증’, 원인과 치료법은?

홍당무로 놀림 받기 쉬운 ‘안면홍조증’, 원인과 치료법은?

기사승인 2013-11-19 13:29:00

[쿠키 건강] 공효진 주연의 영화 미쓰 홍당무는 시도 때도 없이 얼굴이 빨개지는 ‘안면홍조증’을 앓고 있는 여성의 이야기다. 코미디 영화지만 안면홍조증으로 인해 발생하는 여자의 에피소드는 과장이 아니다. 붉어진 얼굴 때문에 다른 사람들로부터 오해를 사는 일은 일상에서도 쉽게 일어난다. 자칫하면 대인관계에까지 지장을 주는 안면홍조증에 대해 이중선 을지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사진)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혈관수축·이완을 좌우하는 자율신경-혈관 조절 작용이 예민하게 반응

사람의 피부에는 혈관이 있는데, 혈관은 자율신경의 조절을 받아서 늘어나기도 하고 오므라들기도 한다. 사람이 긴장 또는 흥분을 하거나 쌀쌀한 날씨에 외출했다가 돌아왔을 때 자율신경이 자극을 받아서 혈관이 늘어나게 된다. 혈관이 늘어나게 되면 붉은 피가 많이 흐르기 때문에 피부가 붉어지고 이와는 반대로 혈관이 오므라들면 피가 적어져 창백해진다. 사실 우리 몸에 있는 피부의 혈관들은 다 늘어나고 줄어들지만 특히 얼굴의 양 볼이 쉽게 붉어지는 이유는 다른 부위보다 혈관분포가 더 많고 잘 비춰 보이기 때문이다.

안면홍조증은 자율신경과 혈관의 조절 작용이 작은 감정변화나 미세한 온도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해 더 심하게 빨개지고, 빨갛게 된 상태가 오래가는 질환으로 생활에 불편을 초래할 정도라면 의학적인 증상으로 규명한다.

안면홍조를 외부 자극과 상관없이 얼굴이 항상 홍조를 띄는 항시홍조와 감정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얼굴이 쉽게 붉어지는 감정홍조, 추운 곳에 있다가 갑자기 따뜻한 곳으로 이동한 경우 얼굴이 붉어져 홍조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온도홍조, 악성 여드름이나 지루성 피부염, 아토피, 접촉성피부염 등 얼굴 부위의 피부질환이 오래되어 발생하는 이차성 안면홍조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또한 안면홍조는 폐경기 여성에서 가장 빈번히 드러나는 증상이기도 하다. 이중선 을지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는 “폐경기 여성의 70%에서 안면홍조를 경험하며 이러한 증상을 보이는 여성의 약 70%에서 2년 동안 지속되며, 25%에서는 5년, 약 5%의 여성은 영구히 지속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안면홍조의 원인, 자외선·피부질환·알코올·폐경기 등 다양

안면홍조증의 원인은 자외선, 피부질환, 알코올, 폐경기, 사춘기의 감정변화 등 다양하다. 먼저 만성적으로 자외선에 노출되면 피부의 혈관을 싸고 있는 탄력섬유가 영구히 손상돼 안면홍조증이 생길 수 있다. 특히 20대의 경우 아직 젊다는 생각에 본인과는 상관없는 이야기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20대라면 이미 20년 동안 자외선에 노출된 상태이다. 이중선 교수는 “특히 어릴 때에는 대부분 자외선 차단제를 잘 바르지 않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에 이미 피부와 피부혈관의 탄력섬유들은 어느 정도 손상되어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어릴 때부터 아토피 피부염을 앓았거나, 여드름이 있거나, 알레르기성 피부질환으로 고생했던 사람들은 그 후유증으로 코 주위와 코 밑 또는 얼굴에 실핏줄이 두드러져 보이는 모세혈관확장증이 나타나거나 안면홍조증이 발생할 수 있다.

술을 마셨을 때에도 얼굴이 유독 빨개지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가 선천적으로 모자라는 사람들이다. 이처럼 알코올 분해 효소가 적은 체질을 갖고 있어도 술을 마셨을 때에 안면홍조가 나타나게 된다.

술 이외에도 홍조를 일으키는 원인 물질에는 발효성 식품이나 식품 첨가제 등이 있으며 또한 뜨거운 음료나 매운 음식, 치즈나 초콜릿 등을 섭취 후 일시적으로 홍조가 발생되기도 한다.

감정변화가 심한 사춘기에 있는 소녀들에게도 흔히 안면홍조증이 나타날 수 있다. 사춘기의 소녀들은 사소한 자극에도 정서적으로 쉽게 동요되기 때문에 사소한 일에도 자율신경이 자극되어 혈관이 늘어나고 결국 안면홍조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안면홍조증, 치료법은 없을까?

안면홍조증은 건강에 크게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상체나 얼굴의 강한 후끈거림을 시작으로 피부가 붉어지면서 약 3~5분 이상 땀이 나기도 한다. 증상은 머리에서부터 목이나 가슴 등 아래쪽으로 퍼지기도 하며, 이로 인해 스트레스나 대인기피증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심계항진이나 두부의 압박감 등 불편한 느낌이 동반될 수 있고, 밤에 증상이 나타날 경우 수면에 방해를 주어 집중력 저하 및 기억력 장애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안면홍조증의 원인이 다른 장기에 있을 때는 해당 장기의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치료법이겠고, 단순한 피부의 모세혈관확장 및 붉은 기에 대해서는 부작용이 거의 없는 혈관레이저 치료가 있다.

혈관레이저란 혈관에만 작용할 수 있는 단일파장을 가진 레이저로, 혈색소에 흡수되는 레이저 파장을 방출하기 때문에 늘어난 혈관만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안전한 장치를 말한다. 레이저는 증상의 심한 정도나 부위, 개인차 등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은 한번에 20~30분 정도, 3~4주 간격으로 3~5회 정도 시행한다. 시술 후 잠시 얼굴이 붉어지고 부을 수 있지만 대개 1~2일 정도 지나면 가라앉고, 적어도 1~2주 안에 완전히 회복된다.

이외에도 여드름이나 주사와 같은 원인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적절한 약물치료를 통해 원인을 먼저 제거해야 하며 폐경기의 여성의 경우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감소 때문이므로 호르몬 치료를 병행한다.

안면홍조증 환자들은 생활 속에서 몇 가지 주의사항만 지켜도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우선 외출 시 마스크나 목도리로 얼굴을 감싸 급격한 온도변화를 막아야 하며, 특히 자외선으로 인한 피부노화는 모세혈관 확장을 유발해 안면홍조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자외선 차단제 사용을 생활화하고 모자나 선글라스 및 양산을 사용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피부 보호를 위해 목욕이나 사우나는 가능한 짧게 하며, 음주, 흡연, 자극적인 식습관, 맵고 뜨거운 음식 섭취, 과도한 운동 등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평소 세안 시에도 자극이 없는 세안제(화학성분이 많이 첨가되지 않은 제품)를 사용하고, 알코올 성분이 많이 함유되지 않은 스킨케어 제품을 권한다.

이중선 교수는 “만약 전문의의 처방 없이 적절치 않은 피부 연고를 남용할 경우 안면홍조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며 “특히 스테로이드가 함유된 연고를 장기간 습관적으로 바르게 되면 피부를 얇게 만들어 영구적인 안면홍조증을 남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
김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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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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