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비 기자의 질병과 백신] 접종 스트레스를 줄인 ‘혼합백신’ 이유 있는 등장

[김단비 기자의 질병과 백신] 접종 스트레스를 줄인 ‘혼합백신’ 이유 있는 등장

기사승인 2013-12-05 10: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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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뱃속에서 갓 나온 신생아들은 면역학적으로 미성숙한 상태여서 각종 감염 질환에 걸리기 쉽다.
과거에는 수두나 뇌수막염과 같은 감염병이 마을에 갓 태어난 아기들을 잡아먹는 사악한 ‘마녀’였지만 국가적으로 예방접종이 시행되고 나서 감염병으로 인해 사망하는 신생아 수는 큰 폭으로 줄었다.

이렇듯 신생아의 예방접종은 내 아이에게 건강한 신체를 갖게 하는 첫걸음이다. 하지만 맞혀야 하는 국가필수예방접종의 종류만 해도 10종 이상이며 그 접종 횟수는 30회를 훌쩍 넘긴다. 접종시기를 놓치지 않고 병원을 찾아야하는 부모도 스트레스지만 접종 때마다 주사의 따끔한 맛과 약간의 미열, 근육통을 앓아야 하는 아기에게도 고통스런 찰나다.

이러한 아기와 엄마의 고충에 맞게 백신도 진화한다. 바로 DTaP-IPV 혼합백신이다. 다양한 토핑이 얹혀진 콤비네이션 피자처럼 주사 한방에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를 예방하는 DTaP(디티피)백신과 소아마비를 예방하는 폴리오(IPV) 백신의 성분이 모두 들어있다.



혼합백신이 나오기 전에는 두 백신을 따로 접종하기 때문에 디티피 백신 5회, 폴리오 백신 4회 접종으로 접종횟수는 총 9회였으나
DTaP-IPV 혼합백신의 경우 그 절반인 5회만으로 모든 접종이 완료된다. 지난해부터 DTaP-IPV 혼합백신이 국가필수예방접종 지원항목에 포함돼 병·의원 및 보건소에서 무료 또는 5천원을 지불하면 접종할 수 있다.

이때 똑똑한 엄마라면 의문점이 생길 것이다. 과연 백신의 효과가 동일하냐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기본접종과 더불어 추가접종을 하는 것은 한 차례만 맞아서는 몸 안에 항체가 형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항체가 생기더라도 질병과 싸울 항체라는 용사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질병과의 싸움에서 패배하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접종횟수가 절반으로 줄어들어든 백신에 대해 안전성과 효과적인 측면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 차성호 경희대학교 소아과학교실 교수는 “일반적으로 이상적인 백신의 조건이란 백신의 효과성과 적은 이상반응, 비싸지 않은 접종비용, 간단한 접종스케줄, 보관의 안정성 등을 말한다”며 “혼합백신은 이상적인 백신의 조건을 충족하고 있어 백신의 접종률을 높이고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DTaP-IPV 혼합백신에는 GSK의 인판릭스-IPV가 있다. 호주에서 진행된 비교임상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판릭스-IPV는 기존 DTaP 및 폴리오(IPV) 백신을 각각 접종했을 때와 거의 동일한 혈청 방어율을 보였다. 국내 영아를 대상으로 진행된 국내 임상연구에서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99.5%의 혈청 방어율을 보인 ‘따로’ 접종과 비교해 인판릭스-IPV 접종진단에서는 98.6%의 혈청 방어율을 보여 두 백신 간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한 해 혼합백신을 접종한 아기는 10명 중 6명꼴이다. 지금이야 ‘따로’ 백신보다 높은 사용률을 보이지만 이 백신이 처음 등장했을 때, 거부하는 병·의원도 있었다. 이는 혼합백신의 부작용을 우려한 탓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혼합백신 사용으로 접종횟수가 줄어든 만큼 병원 수익이 감소할 수 있다는 계산적인 속마음도 있었다.

현재까지 부작용이 제기된 임상시험은 없어 혼합백신을 선호하는 현상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도 부모가 근거 없는 불확실성에 기대어 효과적인 접종방법을 놓친다면 아기의 접종스트레스가 줄어들기란 기대하기 어렵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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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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