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 “내 출연작 중 안 좋은 영화는 없었다”

전도연 “내 출연작 중 안 좋은 영화는 없었다”

기사승인 2013-12-10 13:50:01

[쿠키 연예] 1990년대를 리얼하게 재연해내며 인기몰이 중인 드라마 ‘응답하라 1994’(tvN)에선 최근 이런 장면이 전파를 탔다. 극중 배경은 95년 서울 신촌의 한 하숙집. 등장인물들은 이때 당시 실제로 큰 인기를 모은 드라마 ‘젊은이의 양지’(KBS2)를 시청하다 브라운관에 한 여배우가 등장하자 품평을 쏟아냈다. 눈길을 끈 건 하숙집 주인 부부로 출연하는 배우 성동일(46) 이일화(42)의 대사였다.

“(저 여배우는) 전형적인 조연 얼굴이다. 저런 얼굴은 길가에 나가면 천지삐까리다.”(이일화)

“저 얼굴을 갖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영화배우가 되잖아? 내 손에 장을 지져부러.”(성동일)

해당 방송분이 방영됐을 때 두 사람의 발언은 웃음을 자아냈는데, 이유는 이들이 깎아내린 연기자가 전도연(40)이었기 때문이다. 95년 당시만 해도 ‘조연 배우’에 불과했던 그는 97년 영화 ‘접속’을 기점으로 정상급 스타 반열에 올라섰고 현재는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의 배우가 됐다.

“전도연은 위대한 배우다. 송강호(46)와 함께 한국 최고의 ‘프로패셔널’ 연기자라 불러도 무방하다. 앞으로 수십 년이 흘러도 그를 뛰어넘는 여배우는 나오기 힘들 것이다.”(전찬일 영화평론가)

전도연의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작품이 11일 개봉한다. 2004년 한 한국인 주부가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집으로 가는 길’(감독 방은진)이다. 지난 9일 서울 통의동 한 카페에서 만난 전도연은 이 작품에 출연하게 된 이유부터 밝혔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스토리가 굉장히 매력적이었어요. 실화를 영화화했다는 걸 떠나서 이야기 자체가 굉장히 재밌게 느껴졌죠. 주인공이 겪는 답답한 상황,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전도연이 맡은 역할은 네 살배기 딸을 둔 평범한 주부 송정연 역이다. 정연은 남편 김종배(고수)가 빚보증 문제로 큰 빚을 지게 되자 남편 몰래 위험한 일을 감행한다. ‘짐’만 운반하면 목돈을 주겠다는 남편 후배의 꼬드김에 넘어가 프랑스로 날아간 것이다.

문제는 특별할 게 없을 거라 여긴 ‘짐’이 대량의 코카인이었다는 것. 졸지에 마약 사범이 된 정연은 한국으로부터 1만2400㎞ 떨어진 대서양의 한 교도소에 수감된다. 그는 생때같은 자식을 그리워하며, 자신의 모진 운명을 원망하며 2년여를 보낸다.

“제가 실제로 겪은 일이라면 정말 고통스럽고 화가 나고 답답했을 거 같아요. 촬영에 들어가기 전 정연의 실제 모델인 분을 일부러 찾아뵙지 않았어요. 만나서 ‘너무 힘드셨죠?’라고 물어보는 것 자체가 그분께 상처가 될 거 같더라고요. 그런데 최근 그분이 VIP 시사회를 보신 후 저를 찾아와 ‘촬영하느라 너무 고생하셨겠어요’라며 먼저 인사를 해주시더라고요.”

영화는 정연의 애끊는 모정을 담아내면서 주불대사관 등 외교 당국의 안일한 일처리를 질타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상영시간(131분)에 비해 이야기가 빈약한 편이지만, 전도연의 호연(好演)이 있기에 영화를 관람하는 재미는 충분히 느낄 수 있다. 2007년 아홉 살 연상의 사업가와 결혼한 전도연은 영화 속 정연처럼 실제로 네 살배기 딸을 둔 ‘엄마’이기도 하다.

“정연을 연기하면서 제가 제 딸 생각을 많이 했을 거라 여기시겠지만 그렇지 않아요. 그냥 정연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 마음을 연기로 표현해내는 데 집중했어요. 현실에서 배우가 아닌 ‘엄마’ 전도연은 어떤 사람이냐고요? 저는 굉장히 엄한 편이에요. 아이가 저를 무서워할 정도로(웃음).”

전도연은 2007년 영화 ‘밀양’으로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대단한 성과이다 보니 수상한 지 6년이 지났지만 그의 이름 앞엔 여전히 ‘칸의 여왕’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어찌 보면 그는 여배우로서 이룰 수 있는 걸 이미 다 성취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간 제가 출연한 영화(총 14편)를 보면 크게 히트한 작품은 하나도 없어요(웃음). 대신 이런 자부심은 있는 편이에요. 저의 필모그래피에 ‘안 좋은’ 영화는 한 편도 없었다는 것. 앞으로도 좋은 배우로, 믿음을 줄 수 있는 연기자로 꾸준히 활동하고 싶어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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