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릴레이 반향… “서울역 나들이 갑시다”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릴레이 반향… “서울역 나들이 갑시다”

기사승인 2013-12-13 15:27:00

[쿠키 사회] 한 대학생의 “모두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큰 반향을 일으키며 다른 대학으로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에서도 ‘안녕들하십니까’라는 이름으로 페이스북 페이지가 개설돼 하루 만에 1만2000여명 이상이 ‘좋아요’를 눌렀다.

고려대 경영학과 주현우(27)씨는 지난 10일 사회 문제에 무관심한 학생들에게 각성을 요구하는 듯한 대자보를 써 정경대 후문 게시판에 붙였다. 주씨는 이글에서 철도 노조의 파업에 이은 직위해제, 밀양 송전탑 등을 언급하며 “하 수상한 시절에 어찌 모두들 안녕하신지 모르겠다”고 물었다. 이 자리에는 2일 만에 화답하는 대자보 30여 건이 붙었다.

성균관대에는 13일 ‘성균관 학우 여러분은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붙었다. 정치외교학과 09학번이라고 소개한 최종학씨는 “대학 오기 전부터 광화문 촛불을 보고, 대학 입학한 해 용산에서 철거민이 불에 타 죽는 걸 봤지만 복학 후 1년간 과거의 나를 세탁하고 ‘안녕 하고자 하는 사람’이 돼 있었다”면서 “스펙 쌓고 학점 관리를 잘한다면 성공할 수 있고 언젠가 취업 또는 고시에 최종 합격할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오늘부터는 다시 안녕하지 않겠다”고 적었다.

연세대 역시 “이 한 몸 간수하기 어려운데 어찌 세상을 논할 수가 있었겠는가. 나의 어린 꿈은 그 무게감을 견디지 못해 가슴 아래로 침잠하여 웅크리고만 있었다”고 읊조리는 대자보가 붙었고 인천대서는 “지금 우리 시대는 극단적 이기주의와 함께 파괴된 개인들만이 살아가기 위해 아등바등하고 있다. 이 각박한 세상에서, 여러분과 여러분의 이웃은 정녕 안녕합니까?”라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었다.

릴레이 대자보 현상은 인터넷에서도 이어졌다. 12일 개설된 ‘안녕들하십니까’ 페이스북 페이지(facebook.com/cantbeokay)를 접속하면 각 대학에 붙은 많은 대자보를 볼 수 있다. 이 페이지는 13일 오후 5시35분 현재 1만2000여명이 ‘좋아요’를 눌렀고 각 게시글에는 많은 댓글이 달리고 있다.

현재 고려대 정경대 후문에서는 주씨 등이 ‘나는 왜 안녕하지 못 할까요’ 포토 서명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학우들이 ‘~~해서 나는 안녕하지 못하다’는 글이 쓰인 보드를 들고, 빈칸을 채운 뒤 사진을 찍으면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려준다. 추운 날씨임에도 주씨와 뜻을 함께하는 학생 10여명이 이벤트를 돕고 있으며 지나가는 학생들도 따뜻한 음료를 건네며 응원의 뜻을 전했다.

주씨를 필두로 안녕하지 못한 학생들은 ‘서울역 나들이’ 계획도 세웠다. 이들은 14일 오후 3시 고려대 정경대 후문에 모여 서울역까지 걸어가며 향후 활동을 논의할 예정이다.

주씨는 “이렇게 뜨거운 반응으로 이어질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이 모여 앞으로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
김민석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