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영유아 사망 ‘가습기살균제 사건’ 관련성 입증한 첫 논문 발표

산모·영유아 사망 ‘가습기살균제 사건’ 관련성 입증한 첫 논문 발표

기사승인 2014-01-09 12:10:00

[쿠키 건강] 120여명의 산모와 영유아를 사망에 이르게 한 ‘가습기살균제’ 관련 첫 대규모 보고논문이 발표됐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병원 홍수종 교수팀(사진)은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원인미상 폐질환으로 전국 각 병원에 입원한 소아·영유아환자 전체 138명의 조직병리학·임상·방사선 특징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폐 조직검사에선 외부에서 흡입된 물질이 폐질환을 일으켰다는 단서를 확인했다. 전체 환자 중 조직검사를 받은 환자 60명에게서 공통적으로 괴사성 세기관지염 등 다양한 정도의 세기관지 손상을 동반한 폐 병변이 관찰된 것이다.

이는 가습기 물 분자에 달라붙은 미세한 입자 크기의 살균제 독성물질이 기도로 흡입되어 기관과 세기관지를 손상시키고 주변의 폐 조직에 염증을 유발했다는 근거가 된다.

임상적으로 가습기 살균제 관련 피해환자의 증상은 전형적인 간질성 폐질환과 확연히 달랐다. 감기처럼 특이증상 없이 시작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폐가 딱딱하게 굳는 폐 섬유화가 급격히 진행돼 심한 호흡곤란을 일으켰다.

이러한 폐 손상은 방사선 검사에서도 확인됐다. 소아환자들의 초기 폐 방사선촬영 결과, 57.2%에서 간유리음영(ground glass opacity) 형태가 관찰됐다. 정상적인 폐는 방사선 촬영에서 검게 보이지만, 손상된 폐는 뿌연 유리처럼 얼비친다.

간질성 폐질환이 진행되면서 폐 조직 손상으로 섬유화가 동반되어 50% 이상 환자에게서 기흉도 나타났다. 기흉이 없는 환자들에 비해, 기흉이 있는 환자들은 예후도 나빴다. 집중적인 치료에도 상태가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전체 소아환자 중 무려 60%에 달하는 80명이 숨졌다.

홍수종 서울아산병원 소아천식아토피센터장은 “중증폐질환이나 급성호흡부전증으로 제대로 숨을 못 쉬어 인공호흡기에 의지하는 환자의 사망률이 약 25%인 것을 감안하면, 가습기 살균제 관련 소아피해환자의 사망률은 매우 높은 수치”라고 말했다.

이어 홍수종 센터장은 “우리 주변에서 수백 수천의 화학물질이 적절한 통제 없이 사용되고 있고, 실제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노출되고 있는데 향후 이들에 대한 인체 유해성 문제의 검증과 통제 방법, 규제 원칙 등 법과 제도적인 문제의 해결을 위한 정부의 노력도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논문은 전 세계 호흡기분야 SCI 최고 권위지 미국호흡기중환자학회지(AJRCCM, American Journal of Respiratory and Critical Care Medicine) 2014년 1월호(189권 48-56쪽)에 게재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
김단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