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지도교수가 한국·베트남 여의사에 몹쓸짓… 병원은 쉬쉬

서울아산병원 지도교수가 한국·베트남 여의사에 몹쓸짓… 병원은 쉬쉬

기사승인 2014-01-14 08:49:00

[쿠키 건강] 지난달 30일 자정 무렵, 건국대병원에서 서울아산병원으로 파견 나온 전공의 A씨는 3차 회식장소로 이동하는 차안에서 성추행을 당했다. 전공의 A씨를 저항하지 못하도록 강제로 어깨동무를 한 채 가슴을 만지려 했던 가해자는 다름 아닌 담당 지도교수였다.

성추행을 시도하기 전, 지도교수는 A씨에게 같이 차에 탈 것을 종용했다. 또한 함께 타고 있던 베트남 여전공의에게도 몹쓸 짓을 하려했다는 사실이 모 전문매체가 진행한 A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뒤늦게 알려져 국제적 망신이란 비난을 받고 있다.

이번 전공의 성추행 파문은 윤창중 사건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 우선 소위 ‘사회 지도층’이라는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했다는 점과 가해자가 속한 단체가 사건의 무마를 도왔다는 점에서 그렇다.

앞서 기자회견을 자청한 여전공의는 돌연 발표를 취소하고 ‘합의’로 가는 수순을 밟았다. 맹렬하게 싸울 것만 같았던 관련 단체들도 성명서 한 장으로 할 도리를 다했다는 모양새다.

◇기자회견 취소…합의할 수밖에 없었던 속사정

우선 기자회견을 하는 순간 여전공의는 ‘피해자’에서 ‘트러블 메이커’로 변모한다. 특히 의대 교육이 ‘도제식 교육’이라는 점과 의료계가 보수적이고 경직된 집단이란 점에서 피해 여전공의의 운신의 폭이 좁아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자신에게 닥칠 불이익이 두려웠을지 모른다.

또한 서울아산병원은 사건 발생 초기, 여전공의를 보호하려고 하기보다는 되도록 자신들에게 유리한 행동을 취했다. 이들은 지도교수의 무죄를 주장할 수 있는 녹취본이 있다며 대한전공의협의회로 관련 공문을 보내왔다. 공문 내용에 따르면 앞좌석에 탄 남전공의가 세네 차례 뒤돌아봤으나 성추행으로 인지할만한 상황은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한전공의협의회 관계자는 “이동 중 뒷좌석에 일어난 일에 대해 앞좌석에 탄 남전공의의 진술내용만 갖고 유무죄를 가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지도교수의 사과로 일단락 되어갈 때쯤 서울아산병원은 또 한번 사건 무마에 나섰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이해당사자 간에 합의를 이뤄졌기 때문에 병원 측에서도 더 이상 문제 삼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성추행 사건을 지극히 ‘개인적인 것’으로 치부하며 발을 뺐다.

◇병원 내 성폭력 예방 교육…이름뿐인 제도로 전락

병원 내 성폭력 예방 교육도 형식적 운영에 그쳤다. 각 수련병원으로 배포되는 전공의 수련규칙표준안에 따르면 수련병원은 병원 내 폭력·성희롱 예방과 금지를 위해 필요한 조취를 취해야한다.

이와 관련해 서울아산병원 측은 성범죄 예방을 위해 병원 관계자 전원 사이버교육이 이뤄지고 있으며 pass/fail 제도라고 설명했다. 개인 컴퓨터로 이뤄지는 온라인교육이다 보니 과연 얼마나 실효성을 거두고 있는지 의문이다.

◇성추행 파문 교수, 관련 보직 해임

한편, 가해자 지도교수는 맡고 있던 모든 보직에 대해 해임된 상태다. 앞서 성추행 의혹만 제기됐을 때도 보직 해임 상태였으며 잘못이 명백히 밝혀진 지금도 동일한 상태다. 이에 대해 아산병원 관계자는 “해당 교수가 사과했고, 피해 여전공의도 많이 지친 상태”라는 애매한 답변이 돌아왔다.

최근, 서둘러 성추행 의혹 코치를 퇴출시킨 빙상연맹의 모습과 비교해 아산병원의 대응방식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아산병원이 보여준 모습은 자칫 전공의보다 교수진과 병원의 명예를 우선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살만하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자체조사 방식이나 결과가 강자를 보호하는 방식에 불과하다”며 “잘못에 대한 처벌만 있을 뿐 수련전공의의 환경이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
김상기 기자
kubee08@kukimedia.co.kr
김상기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