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한’ ‘김치녀’… 일베, 여전히 ‘여성혐오’ 판친다

‘삼일한’ ‘김치녀’… 일베, 여전히 ‘여성혐오’ 판친다

기사승인 2014-01-22 17:40:01

[쿠키 사회]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 도를 넘은 여성혐오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한국 여성에 대한 노골적인 비하는 일베의 핵심 코드 중 하나다.

15일부터 22일까지 일정 수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게재되는 일베의 일간베스트 게시판에서 한국여성을 뜻하는 ‘김치녀(혹은 김치X)’라는 단어가 포함된 게시글을 검색한 결과 200개가 넘었다. 그나마 김치녀는 점잖은 수준이다. 최근 일베에서는 여성을 지칭할 때 대놓고 여성의 성기를 뜻하는 단어, ‘XX’라고 적는 경우가 늘고 있다. 같은 기간 이 단어를 포함한 인기 게시글은 140여개 이상 검색됐다.

이 같은 게시물들은 ‘김치녀들 희한한 논리’ ‘XX 파는X 돈을 모으지 못하는 이유’ ‘무식한 김치녀’ ‘XX들의 착각’ ‘김치X 질병 11가지’라는 식으로 제목부터 여성에 대한 비하 의도를 드러내고 있었다.

내용은 타 커뮤니티에 인기글로 오르거나 기사화된 일부 여성들의 잘못된 말과 행동 등을 전체로 싸잡아 비난하는 게 대부분이다. 이를테면 지하철에서 결혼을 신분 상승의 도구로 생각하는 두 여성의 대화를 엿들은 후 일베 게시판에 내용을 올리고 함께 비난해달라는 식이다. 특히 해외 유학을 다녀왔다거나 유흥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일베의 주요 표적이다. 이 같은 글엔 ‘여자는 3일에 한 번씩 때려야 한다’는 뜻을 가진 ‘삼일한’이란 일베 용어가 꼭 등장했다.

일베는 과거부터 여성 연예인과 일반 여성들은 물론, 어린 여자아이, 여자축구선수, 종군 위안부 할머니를 비하했다. 직업과 노소를 가지 않는 셈인데 초등학생 여자아이를 성적 대상으로 표현하는 ‘로린이’란 일베 용어를 썼다가 끝내 임용에서 탈락한 예비 초등 교사 사례가 대표적이다. 중·고등학생 나이로 보이는 여성들의 신체 사진도 일베 손가락 인증과 함께 종종 올라와 최근에도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일베 회원들은 성적 단어를 자신의 닉네임에 포함해 사용하기도 한다. ‘XX박사님’ ‘한명숙 XX조림’ ‘리설주XXX’ ‘XXX스파게티’, 노무현XXXX’ 등 차마 기사화하기 곤란할 수위를 자랑한다. 일부는 명예훼손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일베 운영진 측에서 자체 검열을 강화하고 있다지만 자극적이고 노골적인 표현들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일베는 선정적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여성혐오 성향을 드러내고 있어 단 하루만 게시물을 살펴봐도 정상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청소년이 성인인증 없이 접속할 수 있는 사이트라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일베의 여성혐오 성향이 포털 등 다른 인터넷 공간으로 퍼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개설된 수컷닷컴은 일베와 궤를 같이 하고 있으며 포털사이트에 전제된 인터넷 뉴스에 달린 댓글들에서도 일베에서 생겨난 여성 비하 용어들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오랜 시간 일베를 즐겼다고 밝힌 한 네티즌은 일베의 이러한 행태에 대해 “대부분은 강해지고 싶지만 그러지 못한 약한 남자들”이라며 “그 열패감을 상대적 약자인 여성에 대한 공격으로 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중권 동양대학교 교수는 “거세된 남근들이 성적 무능을 숨기기 위해 김치녀들을 거부하는 자발적 금욕상태로 만들었다”며 “성실하고 정직하고 예의 바르면 얼마든지 좋은 여자 만난다. 그게 안 되니 그 잘난 수컷을 모니터 앞에서나 내세우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
김민석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