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욱 전 앵커, 청와대 대변인행… KBS 기자들 “부끄럽고 참담하다”

민경욱 전 앵커, 청와대 대변인행… KBS 기자들 “부끄럽고 참담하다”

기사승인 2014-02-06 07:37:00

“말문이 막혔고, 부끄러웠고 참담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5일 김행 전 대변인 사퇴로 공석인 청와대 대변인에 민경욱(51·사진) 전 KBS 뉴스9 앵커를 임명하면서 KBS 내부와 언론 관련 시민단체 등이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권오훈본부)가 민경욱 전 앵커의 청와대행을 강도 높게 비난했고, KBS기자협회(회장 조일수)와 후배 기자들의 성명서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KBS 기자협회는 이날 오후 공식성명을 내고 “말문이 막혔고, 부끄러웠고 참담했다”며 “KBS 프로그램 진행자와 취재 및 제작 담당자는 공영방송 KBS 이미지의 사적 활용을 막기 위해 해당 직무가 끝난 뒤 일정한 기간은 정치 활동을 하지 않기로 한 윤리 강령이 있다. 간부로서 이를 숙지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입사 3년차인 KBS 보도본부 38기 기자들도 사내게시판인 코비스에 입장을 내고 “권력의 정점인 청와대. 그곳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일을 했던 한 선배가 이번에는 권력을 변호하고 대변하는 일을 맡아 회사를 떠났다”며 “이는 국가를 위한 헌신이 아니고 정권을 위한 헌신”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KBS가 정권의 나팔수라는 조롱, 이제는 완전히 무뎌질 만큼 지겹게 들어 더 이상 부끄러움은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어젯밤(4일) 시청자 앞에서 데스크 분석을 하시고, 오전(5일)에 단신 사인을 내신 뒤, 오후(5일)에 청와대로 가 손수 나팔을 잡으신 선배 덕분에 오랜만에 다시 부끄러움이란 감정을 느껴본다”고 말했다.

2000년에 입사한 27기 기자들도 사내게시판을 통해 “언론사 뉴스 핵심 인물이 이토록 노골적으로 정권과 손을 잡은 사례는 한국 언론사를 통틀어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시민단체들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5일 성명을 내어 “불과 4개월 전까지 KBS ‘뉴스9’를 진행하고, 어제까지만 해도 문화부장이란 직함을 달고 뉴스에 출연했던 민 전 앵커가 청와대에 입성한 데 대해 우리는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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