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과 싸워 온 김연아의 진짜 이야기… 이제는 ‘Let it go’

고통과 싸워 온 김연아의 진짜 이야기… 이제는 ‘Let it go’

기사승인 2014-02-21 15:16:01

“내가 이 나이까지 피겨 선수를 할 줄은 몰랐다.”

“한 달 중에 컨디션이 좋은 날은 하루 있을까 말까다.”

[쿠키 스포츠] ‘피겨 여왕’ 김연아(24)가 소치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친한 친구에게 털어놓은 말이다. 김연아의 오랜 친구 김수진(24)씨는 김연아를 다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제작한 일본 니혼TV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어디서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꺼냈다.

김연아와 서로 ‘아줌마’라고 부를 정도로 친하다고 자신을 소개한 김수진씨는 “연아는 자주 ‘아픈 곳이나 힘든 것도 많다’라고 말하곤 했다. 연아의 몸 상태는 좋은 날이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연아는 ‘내가 이 나이까지 선수를 계속 할 줄은 몰랐다’ ‘한 달 중에 컨디션이 좋은 날은 하루 있을까 말까’라는 말을 나에게 털어놨다”며 안타까워했다. 언제나 찬란한 무대를 선사한 김연아의 이면엔 고통과 싸워왔던 진짜 김연아가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김연아는 2006년 시니어 데뷔 이후 허리, 넓적다리관절, 발목, 발바닥 등 부위를 가리지 않는 부상에 시달려 왔다. 외부에 알려진 것만 그렇다. 김연아는 시니어 데뷔 시즌이었던 2006년 척추와 엉덩이를 이어주는 천장관절 부상을 당한 뒤 허리 통증을 호소했고, 2008년에는 왼쪽 넓적다리관절 부상으로 치료에 전념해야 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앞두고는 스케이트 부츠가 문제가 돼 발목에 피멍이 들었다. 올림픽을 한 달 남겨 놓고 부츠를 교체했다. 보통 새 부츠 적응에 2~3개월은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과감한 결정이었다. 그럼에도 김연아는 이 대회서 228.56점이라는 깨기 힘든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여왕의 입지를 굳혔다.

잦은 부상에 힘겨워하던 김연아는 일찌감치 은퇴를 고민했다. 그 고통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밴쿠버올림픽 직후 “빙판을 쳐다보기도 싫다”고 언급한 김연아 본인만 알 것이다. 2011년 4월 모스크바 세계선수권 대회에 출전해 2위의 성적을 거둔 김연아는 이후 2년여 동안 공백기를 가졌다. 올림픽이라는 꿈의 무대서 금메달이라는 일생의 목표를 어린 나이에 달성해버린 김연아는 목표 상실에 따른 허탈감에도 시달려야 했다.

이 시기 김연아는 빙판에 서는 대신 평창 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올림픽 유치전에 전면으로 나섰다. 유창한 영어 프레젠테이션으로 IOC 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인 그는 2011년 7월 평창 유치가 최종 확정되자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얼마 후 기자회견을 열고 “소치동계올림픽을 은퇴 무대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이 자리에서 김연아는 “한국 피켜스케이트를 위해서 현역 선수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말했다. 지옥 같은 고통이 기다리고 있음을 뻔히 알면서도 은퇴를 미룬 것이다.

해야 할 일은 무엇이었을까. 니혼TV는 “김연아의 결정 뒷면에는 어떤 결의가 있었다”면서 “한국선수의 올림픽의 출전권을 늘리기 위해서였다”라고 취재기자의 말을 빌려 설명했다. 김연아는 자신을 롤모델로 삼은 어린 후배들을 위해, 그리고 한국 피겨의 미래를 위해 온전치 못한 몸을 이끌고 다시 한 번 자신과의 싸움에 뛰어든 것이다.

2013 런던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건 김연아는 3장의 올림픽 출전권을 가져왔다. 올림픽 무대 경험이라는 소중한 선물은 4년 뒤 평창올림픽의 주역이 될 ‘연아키즈’ 박소연, 김해진에게 돌아갔다.

김연아는 소치에서 마지막 투혼을 불살랐다. 쇼트프로그램을 마친 뒤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고 인터뷰를 할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못했음에도 김연아는 프리프로그램에서 안정감과 완숙미를 바탕으로 전 세계인에게 감동을 주는 완벽한 무대를 이끌어냈다.

피날레 ‘아디오스 노니노’에는 김연아가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고통과 고뇌가 고스란히 담겼다. 금메달이 아니면 또 어떤가. 김연아야 말로 전 세계인들을 웃고, 울게 한 진정한 ‘피겨퀸’이라는 데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는데.

자신의 뛰어난 능력 때문에 속박된 채 고통 속에서 살던 ‘겨울왕국’ 주인공 엘사가 자유를 만끽하며 부르는 노래 ‘Let it go’. 새로운 도전을 이제 막 시작한 김연아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이 아닐까.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
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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