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26년 만에 찾은 생모와 생모 남편의 전 재산을 빼돌린 40대 여성이 구속됐다.

서울서부지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한영환)는 26년 만에 찾은 생모의 인감도장 등을 훔쳐 증여계약서를 위조해 전 재산을 빼돌린 혐의(사문서위조 등)로 기소된 최모(43·여)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0월을 선고하고 최씨를 법정구속했다고 27일 밝혔다.

1심 재판부는 유죄의 증거가 충분치 않다고 판단했으나 항소심에서 최씨가 글을 모르는 생모를 시켜 관련 서류를 위조한 사실 등이 추가로 드러났다.

최씨는 자신을 출산한 직후 집을 나간 어머니 안모씨와 떨어져 지내다 26살이 된 1997년 다시 만났다. 당시 안씨는 이모씨와 결혼해 딸을 두고 있었고, 이씨에게 최씨를 자신의 수양딸이라고 소개했다.

2011년 3월 최씨는 서울 서대문에 있는 이씨의 집에서 이씨 소유의 양천구 소재 아파트와 경기도 여주군 임야 3분의 1 지분에 대한 등기권리증을 몰래 가지고 나왔다. 또한 최씨는 이씨와 안씨가 전 재산을 자신에게 증여한다는 내용의 증여증서와 증여계약서, 위임장 등을 위조했다. 그리고 자신 명의로 소유권 이전까지 마쳤다.

같은 해 7월 재산세 고지서가 나오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이씨는 재산내역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를 알게 됐고 최씨를 고소했다.

재판에 넘겨진 최씨는 1심에서 서류에 이씨 부부의 인감과 도장이 찍혀 있는 점과 이씨가 위임장을 작성하는 사진과 안씨가 증여서류를 들고 있는 사진 등을 증거로 제출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최씨가 등기과정에서 제출한 서류에 형식상 이상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문맹인 안씨는 딸이 연필로 써준 글씨를 따라 그리는 방식으로 서류를 작성했고, 이씨가 써줬다는 위임장 역시 재산처분과 관계없이 호적정리를 위해 적어준 위임장에 최씨가 재산과 관련한 내용을 추가로 써넣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진 것이다.

재판부는 “범행수법이 교활하고 계획적으로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범행을 끝까지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은 점, 피해자들이 최씨의 처벌을 원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