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 크리스 없이 써나간 첫 역사… 환상 대신 현실 통했다

엑소, 크리스 없이 써나간 첫 역사… 환상 대신 현실 통했다

기사승인 2014-05-25 19:58:00

[쿠키 연예] “엑소는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그룹 엑소(EXO)의 한국 단독콘서트 마지막 날인 25일. 멤버 디오(21·본명 도경수)의 의미심장한 말로 콘서트가 시작됐다. 멤버 크리스(24·본명 우이판)가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한지 열흘만이었다.

성공 가도 달리던 엑소, 드리운 그림자에 “환상 대신 현실”

한국 가요계에서 12년 만에 밀리언셀러로 등장한 3년차 아이돌 그룹 엑소의 앞길에는 언뜻 성공 가도만 남은 것처럼 보였다. ‘늑대와 미녀’ ‘으르렁’ ‘중독’을 연이어 히트시킨 엑소의 첫 단독콘서트는 글로벌 아이돌로서의 인기를 재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 틀림없었다. 콘서트 표는 판매가 시작된 지 3분 만에 매진됐고, 공연 1회가 추가됐다. 70만원이라는 터무니없는 가격인 암표가 없어서 못 살 지경이었다.

그러나 크리스의 소송으로 엑소의 이름에는 순식간에 얼룩이 생겼다. 3년만에 수많은 아이돌 그룹 중 톱의 자리를 차지한 엑소였기에 더욱 당황스러운 사건이었다. 엑소는 크리스가 제기한 소송으로 수많은 의혹의 눈초리를 받아내야 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다” “소속사가 일정을 무리하게 소화시켰다”는 크리스의 소송취지는 순식간에 엑소를 소속사의 손에 놀아나는 ‘인형’으로 격하시켰다.

엑소의 결정은 빨랐다. 크리스를 엑소의 무대에서 신속하게 지워나갔다. 일주일 만에 모든 동선과 안무를 수정하는 고생을 해야 했다. 노래에서 크리스의 목소리를 지우기 위해 모든 녹음을 새로 했고 단독콘서트의 세트리스트를 고쳐나갔다. 기자회견에서는 “(크리스에게) 상처받았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팬들을 마주한 자리에서 크리스의 이름은 한 글자도 언급하지 않았다. ‘12명’이 보여주는 환상의 무대를 기대한 팬들도 크리스가 없는 현실과 당당히 마주한 엑소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엑소의 성장과 팬들의 단합, 이제부터 시작이다

콘서트에서 엑소는 많은 것을 보여줬다. 멤버 찬열의 드럼 퍼포먼스나 레이의 자작곡은 엑소의 성장을 확인하는 무대였다. 지난해 12월 개최했던 에프엑스와의 합동 콘서트보다 부쩍 성장했다. 결코 좁지 않은 체조경기장을 종횡무진하는 활약도 볼 수 있었다.

미국 안무가 토니 테스타가 기획했다는 콘서트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거울을 설치해 바닥에서 춤추는 엑소를 보여주는 ‘마이 레이디(My Lady)’ 무대, 뮤지컬을 연상시키는 카이의 ‘딥 브리드(Deep Breath)’, 타오의 우슈 시범 등은 팬들을 쉴 새 없이 콘서트에 빠져들게 했다.

크리스의 빈 자리는 느껴지지 않았다. 타이틀곡의 크리스 파트는 찬열과 타오, 시우민이 대신했다. 간간히 무대의 연계성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간극은 팬들의 함성과 열기로 채워졌다.

팬들도 한 마음으로 응답했다. “이제부터 시작이야”라고 적힌 플랜카드를 1만4000여명이 함께 들고 응원했다.

리더 수호는 “요즘 행복이라는 것이 뭘까 많은 고민과 생각을 거듭했다”며 “엑소 멤버들과 함께 있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 아닐까 하고 느꼈다”고 앞서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엔딩 무대에 선 그는 멤버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멤버들이 있기에 엑소가 있고, 엑소가 있기에 팬들이 있고, 팬들이 있어 엑소가 있다”고 말해 환호를 받았다.

“비온 뒤 땅이 굳는다.” 멤버 첸의 말이다. 크리스는 잠시 지나가는 비였을 뿐, 덕분에 팬들과 엑소의 믿음은 더욱 견고해졌다. 1주일 동안 많은 굴곡을 겪었지만 엑소는 아이돌의 환상을 보여주는 대신 굳건히 역경에 맞서는 모습으로 엑소의 첫 역사를 만들었다. 엑소는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베이징, 상하이, 홍콩, 도쿄, 방콕, 자카르타 등 아시아 주요 도시를 아우르는 첫 단독 콘서트 투어에 나선다. 정말로 지금부터 시작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은지 기자 rickonb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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