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태연과 백현이 열애하는데 왜 맞는 것은 ‘빠순이’일까

[친절한 쿡기자] 태연과 백현이 열애하는데 왜 맞는 것은 ‘빠순이’일까

기사승인 2014-06-20 10:41:55

[친절한 쿡기자] 소녀시대와 엑소가 연애를 합니다. 그룹 내 팬덤 크기로는 단연 톱을 달리는 태연(25)과 백현(22)의 이야기입니다. 타이틀도 화려합니다. ‘SM 사내연애 1호’ ‘연상연하’ ‘대형 아이돌 커플’….

아이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대범한 연애, 발 빠른 소속사의 인정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요소였습니다. 하지만 네티즌들의 관심은 좀 다른 데 있었을 겁니다. 12년 만에 밀리언셀러를 만들어낸 엑소와 8년차 아이돌 소녀시대를 각각 열광적으로 지켜본 오래된 팬들의 ‘멘붕’ 말입니다.

아이돌 그룹은 대부분 한 철 소비되는 상품이라고 말합니다. 예쁘게 만들어져 쇼윈도에 진열됩니다. 이미지를 팔아가죠. 그러나 이미지가 무너지는 순간 소비자인 팬들은 등을 돌립니다.

열애설은 가장 치명적입니다. 실제로 과거 열애를 인정했던 아이돌의 경우 팬덤이 붕괴 직전까지 간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태연과 백현의 연애를 바라보는 시각은 조금 얄밉기까지 하죠.

“너무 빨리 왔나 팬들 댓글이 없네” “꼴좋다 엑소 팬들”이라는 태연·백현 열애 기사 아래 달린 댓글을 보면 엑소의 팬이 아니어도 안타까울 듯 합니다.

‘팬들이 뒤통수 맞았다’ ‘팬들 멘붕’ 같은 기사가 뜨고, SNS에는 조롱이 뒤따릅니다. 10개월 전 “연애는 당분간 안 하겠다”는 백현의 인터뷰를 놓고 “한 입으로 두 말 한다”고 비난합니다. “태연이 초심을 잃었다”며 ‘열애 증거’ 검색어를 들이대기도 합니다. 지금 네티즌들은 백현과 태연의 연애가 놀라운 게 아니라 두 팬덤 집단을 놀리는 것이 즐거워 보입니다.

사실 아이돌과 팬의 관계는 상품과 소비자 구도라는 말로만 설명하기는 어려운 무엇이 존재합니다. 너무나 먼 사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팬들은 ‘진심’을 기대하고, 사랑을 줍니다. 특히 오랜 시간을 함께 견뎌온 팬들의 경우 함께 계단을 올라 준 ‘전우’로서 존중받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있습니다.

팬들도 압니다. ‘오빠도 사람이다’ ‘누나도 사람이다’라는 댓글이 그렇습니다. 사람이니까 밥도 먹고, 화장실도 가고, 연애도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자랑하고 싶고, 손잡고 걷고 싶고, 당당히 인정받고 싶어 할 겁니다. 그렇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팬들도 사람입니다. 사람이니까 돈을 쓴 만큼 자신의 아이돌이 이미지를 지켜 나가고, 조심하기를 바라죠. 사람이기 때문에 정말 좋아했던 아이돌의 연애에 마음아파 하는 겁니다.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엑소의 ‘중독’ 가사처럼, ‘빠순이’라 놀리지 말아요, 사랑은 병이니까.

이은지 기자 rickonb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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