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상식과 편견을 넘었다”… 5년째 이어진 의정부고 졸업사진 이야기

[친절한 쿡기자] “상식과 편견을 넘었다”… 5년째 이어진 의정부고 졸업사진 이야기

기사승인 2014-07-24 20:16:55

“딸아~ 미안하다아아아아~” 6·4지방선거에서 서울교육감에 도전했던 고승덕 후보의 외침, 다들 기억하시죠? 이 장면을 고등학생이 그대로 따라 했습니다. 아, 메릴린 먼로도 있고. ‘핵 이빨’ 수아레즈도 있군요.

놀라지 마세요. 이 기발한 사진들은 졸업사진입니다. 옛날 같으면 꿈도 못 꿀 일인데요. 이 사진들이 트위터 등에 돌면서 인터넷이 한층 유쾌해졌습니다.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졸업사진을 색다르고 재미있게 찍는 것이 유행처럼 번져나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의정부고등학교가 단연 최고입니다. 이미 5년 전부터 매년 색다른 졸업사진 전통을 이어왔다고 하네요. 해마다 어떤 사진이 올라올지 기대하는 네티즌마저 생길 정도랍니다.

올해는 지난 22일 의정부고 한 학생이 2015년 졸업사진 촬영 현장을 SNS에 올리면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사진이 삽시간에 퍼져나갔고 며칠 동안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습니다.

보통 졸업사진이라면 경직된 표정과 똑같은 교복 등 천편일률적인 모습을 생각합니다. 그런데 의정부고 학생들은 이 상식을 깼습니다. 해가 갈수록 학생들은 더 과감하고 기발한 사진찍기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앞서 밝혔듯 올해 졸업사진 중 압권은 단연 ‘고승덕’이네요. 이어 귀여운 추사랑이나 가수 박진영으로 분장한 학생들의 사진이 SNS에 오르내렸습니다.

인터넷에서 이슈가 되자 메릴린 먼로 분장을 하고 졸업사진을 찍은 한 학생은 라디오 인터뷰까지 했습니다. 이 학생은 “지난해 선배들이 졸업사진 촬영을 끝낸 직후부터 1년간 준비했다”고 말했습니다. 졸업사진 한 장을 위해 이렇게 준비하는 시간이 길다고 하네요. 또 촬영이 끝난 후 바로 평범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으로 돌아온다고 하니, 왠지 찡하기까지 합니다.

이런 유쾌함도 잠시. 인터넷에서는 졸업사진이 금지될지 모른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학교 측에서 비교육적이라며 졸업사진을 못 쓰게 했다는 거죠. 실제로 “학교에서 지나친 분장을 제재했다” “검열위원회가 열렸다”는 말이 나왔고, 학생들의 창의성을 죽인다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네티즌들은 “숨 쉴 곳은 마련해 줘야지” “졸업앨범의 주체는 누구?”라며 혀를 찼습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졸업사진 금지령이 와전됐다고 해명했습니다. 의정부고의 한 교사는 24일 “일부 속옷 차림 촬영을 금지했을 뿐”이라며 “노출을 자제시키고 정상적인 옷을 입게 한 뒤 재촬영하도록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행이네요.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하루의 대부분을 책 속에 파묻혀 사는 ‘불쌍한’ 고3 학생들입니다. 그래도 의정부고에서는 하루라도 학생들의 자유분방함을 존중하니 보기 좋습니다. 상식과 편견을 깨는 학생들의 유쾌한 상상력이 앞으로도 쭉 이어지길 바랍니다.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부탁 하나 할게요. “역대급 코스프레 매년 만들어주세요!”

이혜리 기자 hye@kmib.co.kr
이혜리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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