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참으면 윤 일병, 터지면 임 병장”… ‘훅’ 파고든 강렬한 메시지

[친절한 쿡기자]“참으면 윤 일병, 터지면 임 병장”… ‘훅’ 파고든 강렬한 메시지

기사승인 2014-08-06 16:41:55
SBS 보도화면 캡처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참으면 윤 일병, 터지면 임 병장”

표어 같은 이 말이 인터넷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경남 진주에 사는 조한진씨가 한 지상파 방송 뉴스 인터뷰에서 처음 한 말이 큰 공감을 얻고 있는 겁니다. 정확하게 “아닌 말로 군대 가서 참으면 윤 일병 되는 거고 못 참으면 임 병장 되는 현실에서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군대에 보내겠습니까”라고 말했습니다. 네티즌들은 “반론의 여지가 없다”며 보도 화면 캡처 사진을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 퍼 날랐습니다.

정곡을 찌른 말입니다. 윤 일병은 구타와 가혹행위를 참다가 목숨을 잃었고, 임 병장은 따돌림과 무시를 참다못해 총기를 난사하고 말았으니까요. 물론 상관 및 동료들에게 총부리를 겨눈 임 병장의 행동을 옹호할 생각은 없습니다.

윤 일병에게 가해진 폭력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군 인권센터가 공개한 군 수사기록에 따르면 선임병들은 윤 일병에게 치약 강제로 먹이기, 개 흉내시키기, 바닥에 뱉은 가래침을 핥게 하기 등을 자행했습니다. 연고제를 성기에 바르게 해 성적 수치심까지 줬다고 하니 이 정도면 살아있어도 산 것이 아니었을 겁니다.

네티즌들도 충격이 컸던 것일까요. 군대 내 폭력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가 느껴집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20~30대 남성들 사이에선 “군대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라거나 “외부에 알려봐야 더 악화될 뿐”이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의 게시물이나 댓글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윤 일병을 주동해서 괴롭혔던 이모 병장 역시 선임병들의 괴롭힘에 시달리다 부대를 옮겨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물림되고 있는 군대 내 악습들을 이제야말로 끊어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습니다.

‘군대에서 가혹행위 당할 때의 팁’이라는 제목의 글도 인터넷에서 주목 받고 있습니다. 10개 항목으로 구성된 이 글은 ‘괴롭힘을 당하는 즉시 헌병대와 부모에게 사실을 알리고 언론에도 제보하는 등 일을 크게 만들어라’로 요약됩니다. 이 글에 따르면 같은 부대 사람들은 물론 소원수리함 역시 믿어선 안 됩니다. ‘왕따’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임 병장이나 윤 일병처럼 되는 것보단 천만 배 나은 방법이라는 말이 뒤따랐습니다. 네티즌들은 자신의 경험을 보태며 “군대야말로 가장 의리 없는 곳이다” “부당함에 저항하는 사람들끼리 뭉칠 수도 있다” “헌병대 역시 100% 믿으면 안 된다” 등의 댓글을 달며 동조하네요.

군대 내 대형 사건·사고는 반복됐습니다. 2008년 철원 GP에선 이등병이 내무반에서 수류탄을 터뜨렸고, 2011년엔 해안초소에서 근무하던 해병대 병사가 총기를 난사했습니다. 2014년엔 임 병장이 추격전까지 벌였죠. 모두 군대 내 악습이 근본적 원인이었습니다. 국방부는 ‘병영 문화 쇄신’을 외쳤지만 나아진 건 없습니다.

이미 많이 늦었습니다. 이번에야 말로 가해자들과 책임자들을 처벌하는 것으로 끝낼 게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
김민석 기자 기자
ideae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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