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人터뷰] ‘명량’ 김한민 감독 “이순신은 통합과 소통, 치유의 아이콘”

[쿠키 人터뷰] ‘명량’ 김한민 감독 “이순신은 통합과 소통, 치유의 아이콘”

기사승인 2014-08-18 17:13:55

기록은 깨졌다. 할리우드 영화 ‘아바타’ 이후 5년 만이다. ‘명량’은 한국에서 개봉된 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을 불러 모은 영화가 됐다. 개봉 20일째 1500만 관객을 바라보는 ‘명량’의 김한민(45) 감독을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났다. 가르마를 타지 않고 머리카락 모두 뒤로 넘겨 묶은 김 감독은 그저 “담담하다”며 “예상치 못한 스코어다.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지난주 심한 두통으로 입원했다. 신경통, 스트레스, 과로의 결과였다. 1년 전부터 쌓여온 피로가 폭발한 것이다. 그는 “촬영뿐 아니라 컴퓨터그래픽과 음악 등 후반작업이 중요한 영화라 마지막까지 긴장을 풀 수 없었다”고 말했다. 촬영은 지난해 7월 끝났지만 꼬박 1년을 후반작업에 매달렸다. 개봉 전 막판까지 시간이 밭았다. 특히 1시간에 걸친 해상전투에 가장 공을 들였다.


이순신은 예전부터 생각했던 소재다. 그는 “이순신 장군은 계층·세대·남북·종교를 넘어서 모든 이들이 존경하는 유일한 인물인 것 같다. 그는 민초와 소통하고, 역경을 극복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통합과 소통, 치유의 아이콘”이라고 말했다.


그는 ‘난중일기’를 열심히 봤다. “남의 일기를 훔쳐보듯 봤다. 재미있었다. 읽다보니 장군의 심정이 느껴져 피식피식 웃기도 했다. ‘대취했다’고 쓴 다음날 일기는 ‘맑음’ 한 줄뿐이더라. 장군이 숙취로 힘들었겠구나 싶었다. 반복해 읽다보니 의구심이 생기고 나름대로 해석하게 되더라.”

늘 이순신을 생각하다보니 꿈에 나온 적도 있다. “개봉 전, 여러 장수들과 함께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시더라. ‘잘 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는 역사 속 이순신을 현재의 관객과 어떻게 소통시킬 것인가 고민했다. 소통의 접점은 재미와 감동. 해상전투를 재미있게 만들고 이순신의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해 감동을 주자는 전략을 세웠고, 이는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


이순신 역으로는 처음부터 배우 최민식이었다. “내공이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 경륜 있고 연기에 깊이가 있고 나이도 이순신과 비슷하면 좋겠다는 세 가지 조건. 따져보니 처음부터 최민식이었다.”

그는 최민식과의 작업이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경륜 있는 배우이지만 현장에서 감독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배우다. 누구보다 감독과 소통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최민식 류승룡 조진웅 등 모든 배우들이 이순신에 누가 되지 않는 작품을 만들어보자는 얘기만 했다.”

‘명량’이 역사를 왜곡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는 당당했다. “두 가지를 생각했다. 그럴법한, 개연성에 근거한 상상력과 해전을 통해 보여주려고 했던 주제의식에서 벗어나지 않는 상상력은 괜찮다고. 거기에서 벗어난 것은 없다.”


1500만 관객을 바라보는 대기록을 세우자 작품성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감독이 생각하는 작품의 완성도는 어떨까. 그는 한마디로 “굉장히 만족스럽다”고 자평했다. “모든 후반작업을 마친 후 관객의 입장으로 최종 완성본을 봤다. 그때 느낌은 이랬다. 아, 뭔가 거슬림이 없구나. 참 좋구나. 재미있구나.”

그가 전략적으로 밀었던 대사는 이순신의 ‘이 쌓인 원한을 어이할꼬’였다. 이순신이라면 승리에 도취되지 않고 희생된 이들에 대한 연민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감독은 “그런데 관객은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를 더 기억하더라”며 웃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을 꼽아달라고 하니 “이순신이 어머니 위패에 절할 때 보이는 현판을 주목하라. 거기에 숨겨놓은 비밀이 있다”고 귀띔했다.

감독은 명량에 이어 한산·노량대첩을 다룬 이순신 3부작을 준비 중이다. ‘한산:용의 출현’, ‘노량:죽음의 바다’ 등 제목까지 나온 상태다. 다만 시기와 캐스팅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는 이외에도 이봉창 열사와 김구 선생의 이야기도 다뤄보고 싶다고 했다. 2007년 ‘극락도 살인사건’으로 데뷔해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각본상을 수상한 그는 2011년 ‘최종병기 활’로 747만명을 모은 바 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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