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2차선 점령한 자전거의 ‘떼질주’… 폭주족 대회인가요?

[친절한 쿡기자] 2차선 점령한 자전거의 ‘떼질주’… 폭주족 대회인가요?

기사승인 2014-08-26 20:04:55
경기도 남양주시 팔당역 인근 국도에서 편도 2차선을 모두 사용하고 있는 대관령 그란폰도 대회 참가자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영상 캡처.

자전거족들의 가슴을 뜨끔하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수백대의 자전거가 편도 2차선 도로를 모두 점령하고 질주하는 블랙박스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왔거든요. 중앙선을 넘나들고, 차량을 가로막는 자전거의 모습은 자전거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한 순간에 ‘무개념’으로 만들었습니다.

영상은 2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됐습니다. 차도를 빽빽이 메운 자전거 운전자들은 헬멧과 운동복을 착용하고 있습니다. 대회 참가자였는지 등에 번호표도 달았습니다.

그런데 이들을 통제할 안전요원이나 경찰차는 보이지 않습니다. 도로교통법 상 자전거는 가장 바깥 차선 우측 가장자리로 운행해야 합니다. 하지만 영상 속 자전거들은 차량을 가로 막고 2차선 전체를 점유했습니다. 차량 운전자가 수없이 경적을 울리지만 들은 체 만 체입니다.

자전거들이 한 차선으로 달릴 때에도 위험한 상황은 계속됐습니다. 앞 사람을 추월하기 위해 자전거가 차량을 가로 막다 비켜서는 장면도 여러 번 등장했습니다. 격분한 운전자는 달려들다시피 차량 속도를 올려 대열을 추월합니다.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입니다.

문제의 대회는 24일 열린 ‘대관령 그란폰도’였습니다. 참가자 700여명이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대관령까지 200㎞를 달렸습니다. 네티즌들은 “수준이 의심되는 자전거 행사다” “통제가 없더라도 질서를 지키는 게 상식이다” “안전이란 개념이 없다” 등의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행사를 주최한 자전거 동호회의 홈페이지 접속이 마비될 정도였습니다. 그란폰도가 순위를 매기지 않고 완주에 의미를 두는 자전거 마라톤이기에 쓴 소리는 더욱 거셌습니다.

참가자들도 할 말은 있었습니다. 한 네티즌은 “어느 시점부터 도로 차선을 내주어야 하는지 제대로 안내되지 않았다. 운전자와 자전거 타는 사람 모두 피해자”라고 적었습니다. 주최 측은 서울 시내 교차로까지만 차량을 통제했는데 일부 참가자들이 전 구간에서 차량 통제가 이뤄진다고 착각했다는 겁니다. 결국 운영위원회는 26일 “제대로 공지하지 못한 부분은 실수”라며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운영자 탓만 하기엔 자성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자전거들이 기록 경쟁을 하면서 질서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평소 도로 사이클을 즐기는 네티즌들은 “자전거 문화가 정착되기 전에 일반도로 주행에 안 좋은 인식이 먼저 정착될 것 같다”며 한숨지었습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으로서 스스로의 입지를 좁히지 말자”는 의견도 눈에 띄었습니다.

이탈리아어인 그란폰도(Gran Fondo)는 ‘먼 거리(great distance)’라는 뜻도 있지만 ‘대단한 인내심(great endurance)’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인내심은 자신의 한계를 도전하는 데만 쓰이지 않습니다.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데에도 필요합니다. 나와 상대방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면 더욱 말이죠.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박상은 기자 기자
pse0212@kmib.co.kr
박상은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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