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이자 ‘독설가’였던 故 신해철, 그가 남긴 말·말·말 10선

‘마왕’이자 ‘독설가’였던 故 신해철, 그가 남긴 말·말·말 10선

기사승인 2014-10-29 00:22:55

‘마왕’이자 ‘독설가’였던 고(故) 신해철이 27일 우리 곁을 떠났다. 향년 46세. 생전 신해철은 헤비메탈 등 비주류 음악을 주류로 끌어올린 선구적인 뮤지션이었을뿐 아니라 국민의 속을 뻥 뚫어준 능변가였다. 신해철의 ‘돌직구성’ 발언은 그 누구보다 신랄하고 통쾌했다. 정치·사회·문화를 넘나든 그의 독설은 때론 찬사를, 때론 논란을 불렀다. 네티즌들은 그의 빈자리를 슬퍼하며 어록들을 회자하고 있다. 그중에서 그의 소신이 잔뜩 묻어있는 말 10선을 꼽아봤다.

1. “인생은 산책이다.”

“인생은 산책이다. 생명은 태어나는 것 자체로 목적을 다 한 것이기 때문에 인생이란 보너스 게임이다. 어떻게 살아가느냐 하는 것은 덤으로 주어진 것이다. 그러니까 살면서 얼굴 붉히지 말자. 산책하러 가는데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이 있나? 산책하러 나가듯 크게 의미 부여하지 말고, 여유 있게 즐기며 살자.” <과거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2. “국회 역시 19금이다.”

“동방신기와 비의 노래를 유해매체로 지정할 것이 아니라 국회 자체를 유해 장소로 지정하고 뉴스를 차단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국회 역시 19금이다.” <2008년 12월 MBC ‘100분 토론’ 보이그룹 동방신기와 가수 비의 노래가 청소년 유해매체 판정을 받은 것에 대해>

3. “천민 패러다임 아래서 정신없이 잘 먹고 잘살자는 이야기만 해왔다.”

“고인의 이름을 다시 언급해 마음 아픈 일이 다시 안 벌어졌으면 하지만 ‘연예인도 사람이구나’ 차원이 아니라 좀 더 넓은 차원에서 봤으면 한다. 부와 명성이 행복의 필요충분조건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깨달음으로 전해져야 하는 측면이 있다. 한국사회를 이끄는 정신적인 이념이 없다. 천민 패러다임 아래서 정신없이 잘 먹고 잘살자는 이야기만 해왔다.” <2008년 12월 MBC ‘100분 토론’ 최진실의 극단적 선택 이후 사이버 모욕죄가 화두로 떠오른 것에 대해>

4. “정치 이야기도 다 음악이다.”

“사회적 발언을 하거나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게 다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와 사회와 음악이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음악이 이상해진다.”<2014년 7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데’라는 질문에>

5. “대마초의 유해성과 중독성은 과장됐다.”

“누구에게도 대마초를 권유하지도 않는 데 처벌 목적으로 개인의 권리를 국가가 과도하게 규제하고 있다. 대마의 유해성과 중독성이 대단히 과장돼 왔으며 선입견과 환상이 심어져 있다. 물을 마시다 죽을 수도 있듯이 세상에 무해한 것은 없다. 다른 약재들에 비해 대마초를 과연 이렇게까지 처벌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2005년 3월 MBC ‘100분 토론’에서 대마초 관련>

6. “국가가 형법으로 ‘간통죄’를 처벌하는 건 지나친 간섭이다.”

“간통을 사회적 해악이라고 보기 어렵다. 어떤 사람에게는 새로운 인생의 출발을 의미하기도 하고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국가가 섣불리 시나리오를 쓰기가 곤란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겠다. A와 B라는 두 남녀가 있고 B와 C 사이에 간통이 벌어졌다. 그런데 카메라가 B와 C를 잡아서 영화를 만들 때는 카피 문구가 이렇게 나온다. 하늘도 거역하지 못한 사랑. 그러나 카메라 각도가 딱 돌아가서 A와 B를 비추면 부부 사이에 끼어든 C는 악녀가 된다. 결국 관점의 차이다.” <2005년 11월 MBC ‘100분 토론’에서 간통죄 관련>

7. “학교 체벌은 가정 폭력과 사회적 폭력의 연결 선상에 있다.”

“폭력의 속성상 아무리 약한 체벌이라고 해도 점점 강해진다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학교 체벌을 금지해야 한다. 육체적 체벌은 호전성이나 반사회적 행동을 가져오게 되며, 가부장적인 한국 사회에서 아버지와 장자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만일 체벌로 행동 수정이 가능하다면, 왜 군대에서 구타를 금지하고, 교도소 내 범죄자에게 폭력을 금지하겠는가.” <2006년 7월 MBC ‘100분 토론’에서 학교 체벌 관련>

8. “유모차 엄마들을 체포하고, 공무원들을 물갈이하고, 방송을 장악한다.”

“유모차 엄마들을 체포하고, 공무원들을 물갈이하고, 방송을 장악한다. 교과서도 자신들의 이데올로기에 맞지 않는다고 일방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다. 국가의 정책을 펼칠 때도 전문가 집단에게조차도 이념을 들이댄다. 이명박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의 향수를 가졌는지 모르겠지만, 국민들이 지금 보고 있는 모습은 전두환의 모습이다. 박정희의 모습이 아니다.” <2008년 12월 MBC ‘100분 토론’에서 ‘이명박 정부 1년 평가’에 대해 토론하던 중 중앙대 제성호 교수가 “이명박 정부가 국민들에게 강압적 통치를 한 것도 아니다”라고 말하자>

9. “너무 아까운 사람이 죽었다.”

“물에 빠진 사람을 우리가 구하지 않았다는 죄의식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노무현의 죽음은 민주주의를 되돌리는 전기를 마련해 줄 수 있지만, 그러기엔 너무 아까운 사람이 죽었다.” <2009년 6월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헌정공연에서>

10. “성공의 결과보다 자신이 행복한지가 더 중요하다.”

“흔히 꿈은 이뤄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지만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것이 있고 또한 그 꿈이 행복과 직결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네가 무슨 꿈을 이루는지에 대해 신은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행복한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엄청난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러니 꿈을 이룬다는 성공의 결과보다는 자신의 행복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2014년 7월 jtbc 예능프로그램 ‘비정상회담’ 출연해 젊은이들에게 전한 메시지>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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