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잠실은 강이 흘렀던 곳… 언제 땅 꺼질까 ‘싱크홀’ 공포

[친절한 쿡기자] 잠실은 강이 흘렀던 곳… 언제 땅 꺼질까 ‘싱크홀’ 공포

기사승인 2014-11-05 06:00:55
백사장이 광범위하게 발달해 있는 잠실 개발 전 항공사진 = 서울시 제공

귀여운 고무인형 ‘러버덕’을 보러 석촌호수를 찾은 분 있나요? 잠깐 놀러 간 분들은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이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걱정이 태산입니다. 갑자기 땅이 꺼질지도 모르는데 심정이 어떻겠습니까. 지난 8월부터 석촌호수 인근서 잇따라 뚫린 ‘싱크홀’ 얘깁니다. 싱크홀은 지하수가 유출돼 땅 일부분이 가라앉거나 무너져 깊은 구멍이 파이는 지반침하 현상입니다.

지난 8월 5일 서울 잠실동 석촌 지하차도 인근에서 폭 2.5m, 깊이 5m, 길이 8m 규모의 싱크홀이 발생했습니다. 차량 진입을 막고 1주일간 땅속을 살펴보니 지하차도 도로 하부에서 폭 5~8m, 깊이 4~11m, 연장 80m의 거대한 동공(땅속 공간)이 추가로 확인됐죠. 도로 밑 1m 지점에 형성된 이 싱크홀의 천장 일부는 주저앉아 있기까지 해 자칫 대형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이후 이 일대에서만 여섯 건의 싱크홀이 더 발생했습니다. 석촌호수 북쪽에선 ‘제2 롯데월드’ 공사가 한창입니다. 공사를 시작한 이후 석촌호수의 수면이 계속 내려가고 있다는 보고서가 등장하면서 공사 때문에 싱크홀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공사현장의 기반암은 호상편마암으로 분석됐다”고 밝혔습니다. 이 지층은 서울 강북 일대와 강남 동부지역에 널리 분포돼 있습니다. 견고한 암반인 호상편마암이 기반암이라 고층빌딩이 들어서기에 무리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호상편마암을 18m 두께로 덮고 있는 사질토층입니다. 전문가들은 강변의 퇴적구간에서 만들어지는 이 사질토층 때문에 싱크홀이 생겨났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지층에서 대규모 토목공사를 하면 지하수들이 공사장 쪽으로 쏠리게 되고 물길이 형성돼 지반침하 현상이 가속화된다는 겁니다. 이를 두고 토목 전문가들은 ‘파이핑(Piping) 현상’이라고 부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싱크홀의 발생원인을 옛 지형에서 찾았습니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는 “제2 롯데월드 건설 부지는 과거 하천 지역이었다”고 강조합니다. 그의 말대로 잠실 일대는 1970년대 진행된 잠실지역개발사업에 따라 조성된 매립 신도시입니다. 정부는 당시 170억원을 들여 서울 수서동의 야산을 깎아 그 흙으로 한강을 메우고, 삼전동과 풍납동 사이에 7㎞ 둑을 쌓아 990만㎡(300만평)에 달하는 땅을 만들었습니다. 한강 본류가 바뀌면서 인공적 우각호(牛角湖)로 남은 강의 흔적이 바로 석촌호수입니다.

1920년대 중반에 제작된 고지도를 보면 제2 롯데월드 부지는 ‘부리도’라는 섬의 남쪽에 있는 강변이었습니다. 현재 고층 아파트들이 밀집한 지하철 2호선 신천역 부근 역시 백사장이 발달한 강변이었네요. 한강이 잠실을 끼고 두 갈래로 갈라져 흘렀습니다.

앞서 설명했듯 도심형 싱크홀은 인재에 가깝습니다. 앞으로 초대형 싱크홀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습니다. 언제 꺼질지 모르는 땅 위에 사는 사람들의 불안감을 생각해서라도 납득할 만한 조치와 적절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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