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라 편하게 있는 줄…” 죽음으로 알린 감정노동자의 고통… 고객 횡포+업무 강요=극단적 선택

“대기업이라 편하게 있는 줄…” 죽음으로 알린 감정노동자의 고통… 고객 횡포+업무 강요=극단적 선택

기사승인 2014-11-07 14:07:55
jtbc 뉴스보도 캡처

한 이동통신사 고객센터에 근무하던 상담사가 자신이 처한 열악한 근무 환경과 부당한 업무 강요를 폭로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jtbc는 6일 “전북 지역 이통사 고객센터에 근무하던 이모(30)씨가 악성 민원인의 횡포와 회사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달 21일 죽음을 선택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이씨의 가방에서 발견된 유서엔 “회사로부터 업무강요를 당했다” “노동청과 미래기획부, 방송통신위원회에 알려 달라”고 적었다.

‘노동청에 고발합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 유서에는 “부서에 상관없이 단순 문의하는 고객에게도 IPTV와 홈 CCTV 등을 팔아야 하는 지침이 있었다” “회사가 정한 목표만큼 팔지 못하면 퇴근 못 한다” “해지 담당 부서는 해지를 막는 부서다” “요구를 그대로 들어주면 질책받고, 해지 건수가 많으면 토요일에도 강제 출근해야 한다” “추가 근무를 해도 근로계약서에 있던 시간외근무수당은 없었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유서는 “이 집단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담당자 처벌, 진상규명을 부탁드린다”며 마무리된다.

이씨는 고객센터 민원팀 소속으로 일반 부서에서 처리하지 못하는, 이른바 ‘악성 민원인’을 전담했다. 퇴직한 이씨의 동기는 “화장실을 갈 시간도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거의 매일 오후 10시까지 일했고, 성실함을 인정받아 3년 6개월 만에 팀장을 맡았다. 그러나 한 고객과 문제가 생기면서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문제의 고객은 6시간 동안 전화를 끊지 않으며 이씨를 괴롭혔다. 이씨가 형식적으로 대답하자 이 고객은 회사에 ‘이씨를 해고하라’고 요구했다. 결국 지난 4월 이씨는 책임을 지고 회사를 그만뒀다.

그러나 이씨는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6개월 만에 회사에 복귀했다. 그리고 일주일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이씨의 아버지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대기업이니까 편하게 있는 줄만 알았다”며 “목숨을 끊을 정도가 됐으면 뭔가 이유가, 깊은 내막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센터는 “직원들이 스스로 부족한 점을 메우려고 추가근무를 했다”고 답변하는 등 유서내용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티즌들은 또 한명의 감정노동자인 이씨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이들은 “우리 사회는 분명 건강하지 않다” “6시간 괴롭힌 사람 찾아내 처벌해야 한다” “갑만 모르는 을의 비참한 현실” “사람이 죽었는데 발뺌하다니” 등의 댓글을 달았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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