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약속개념 없는 사람들 식당 예약하지 마세요”

[친절한 쿡기자] “약속개념 없는 사람들 식당 예약하지 마세요”

기사승인 2014-11-10 16:14:56

“부모님이 고깃집 해요. 어제 20명 단체 예약이 들어왔어요. 오후 8시 예약을 10시로 미루더라고요. 9시까지 영업이라고 하니 우리 집 아니면 안 된다고 했어요. 그래서 퇴근하려던 주방·홀 아주머니들 야근수당 챙겨드리기로 하고 20인분 상을 차려놨죠. 심지어 10분 이내에 도착할 테니 테이블당 5인분씩 고기를 미리 썰어달랍니다. 썰어놨죠. 그러곤 소식이 없습니다. 전화했더니 그냥 취소하겠답니다. 이런 뭐 같은 상황이 자주 있어요. 손님 끊길까 봐 따질 수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없어요. 너무 속상하네요.”

식당 예약과 관련된 분쟁 글은 인터넷 커뮤니티의 단골손님입니다. 식당 측에서 “억울하다”고 호소하면 네티즌들은 위로하거나 분노하는 댓글을 답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익명의 손님은 무진장 욕을 얻어먹습니다. 지난 9일 게재된 ‘약속개념 없는 분들 식당 예약하지 마세요’란 제목의 글에도 이러한 반응들이 이어졌습니다.

글 작성자는 “미리 썰어 놓은 고기를 팔 수 없어서 가족끼리 먹어야 했다”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닌데 사과도 없었다” “당일 취소는 바라지도 않으니 몇 시간 전 만이라도 취소해 달라”고 적었습니다. 그러자 다른 자영업들도 나타나 속상했던 경험들을 털어놓습니다. “예약 때문에 단체손님을 놓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라거나 “사람들은 예약취소를 당연한 권리로 여기는 것 같다”라는 하소연이 줄을 이었습니다.

네티즌들은 “단체예약은 5만원 정도 계약금을 받아야 펑크가 안 난다”고 의중을 모았습니다. 또 “장사가 잘된다면 예약을 받지 않는 것도 방법”이라거나 “영업방해로 고소할 순 없나?” “개념 없는 사람들 너무 많다” 등의 댓글이 달렸네요. “악의적인 냄새가 난다”며 주변 상권의 개입일 가능성을 언급한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한 육아커뮤니티엔 ‘예약 취소하려했더니 예약금 5만원을 환불 안 해준다면서 전화를 끊어버렸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자 식당 측을 향해 비난 댓글이 난무했습니다. 그러면 “어떤 식당인지 공개해 망하게 해야 한다” “소비자원에 신고해 보라” “인터넷에 많이 퍼트려라” 등 식당을 괴롭히는 각종 방법들이 오릅니다.

식당 측은 조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식당에 대한 부정적인 소문이 퍼지면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약금을 달라고 했다가 ‘싸가지 없다’ ‘무슨 선금이냐’란 말을 듣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하네요. 식당 예약을 줄 서지 않는 방편 정도로 가볍게 보는 시각 때문일 겁니다.

이 문제를 겪어온 외국에선 계약금(보증금) 제도가 자리 잡았습니다. 손님에게 예약금을 미리 받거나 취소에 따른 위약금을 물립니다. 여의치 않을 경우엔 예약을 일절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예약금 제도는 규모가 큰 식당이나 고급 레스토랑 등 일부가 취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중·소규모 식당에겐 ‘먼 나라 이야기’인 거죠. 물론 예약을 받지 않는 곳은 더러 있습니다.

한 네티즌은 “식당 예약은 ‘꼭 가겠다’는 손님과, ‘자리를 비워두겠다’는 식당 간의 약속”이라고 말해 호응을 얻었습니다. 인터넷이 아닌 현실에선 공허한 외침이 될 것 같아 씁쓸합니다. 그렇다면 식당 주인의 입장이 돼 보는 건 어떨까요. 요즘은 직장 잘 다니던 회사원도 결국엔 닭을 튀기게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시대니까요. 자영업자 600만 시대라고도 하죠.

식당 입장에선 손님과 싸우면 무조건 손해입니다. 이를 고려해 예약금 부담을 불편해하지 않도록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거나, 예약금을 명문화하는 법적·제도적 보완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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