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①] “돈 줄래 욕먹을래” 갑(甲)질하는 외식업계 블랙컨슈머

[기획시리즈①] “돈 줄래 욕먹을래” 갑(甲)질하는 외식업계 블랙컨슈머

기사승인 2015-03-29 09:40:55

블랙컨슈머란 블랙(Black)과 컨슈머(Consumer)를 합친 신조어이다. 기업의 제품을 구매해 의도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를 말한다. 블랙컨슈머는 ▲반품 환불을 넘어 보상금을 원하는 경우 ▲고의적으로 상품에 하자를 입혀 민원을 제기하는 유형 ▲기업 이미지를 깎아내리려고 악성 루머를 퍼트리는 행동을 일삼는다. 또 소비자 관련 기관을 거치지 않고 기업에 직접 금전적 보상을 요구한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83%가 블랙컨슈머의 부당한 요청을 경험한 적이 있다. 블랙컨슈머 폐해는 사업자의 서비스비용을 늘려 그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쿠키뉴스는 총 7회 차에 걸쳐 각 산업 전반에 뿌리내리고 있는 블랙컨슈머의 사례를 살펴보고 대책을 강구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돈 줄래 욕먹을래” 외식업계 블랙컨슈머
② “무조건 바꿔줘”… 자동차업계, 신차 교체 요구
③ 블랙컨슈머로 업무 마비, 해결책 없는 中企
④ 유통업계, 블랙컨슈머 스스로 막는다
⑤ “음료수에서 플라스틱?” 식음료업계 알고 보면
⑥ “피부 트러블로 출근 못했다” 화장품업체에 보상 요구
⑦ 모델은 예쁜데 난 왜 안 맞아 ‘바꿔줘’ 패션업계

[쿠키뉴스=이훈 기자] 최근 외식 업계에서 블랙컨슈머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소비자의 입소문이 중요한 사업 특성상 블랙컨슈머로 인해 기업 이미지 훼손은 물론 가맹점 폐점까지 이를 수 있어 피해는 상당히 큰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 외식 브랜드는 욕설을 내뱉는 막무가내 고객 때문에 곤욕을 겪었다. 단순 항의 정도가 아닌 점주와 직원에게 욕설하고 협박에 가까운 불만을 과도하게 표출했다.

당시 이 고객의 항의로 해당 매장은 영업이 불가할 정도로 분위기가 악화됐고 결국 매장에서 자신이 기대한 수준의 피드백을 받지 못해 본사로 전화를 걸었다. 당시 매장 관리를 담당하는 슈퍼바이저가 응대했지만 대화 도중 또다시 욕설을 포함한 서비스 클레임뿐만 아니라 매장 직원들이 자신에게 욕설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자신이 녹취한 내용과 CCTV 영상을 방송에 제보하고 온라인 카페나 SNS 등에 퍼뜨리겠다고 말하며 그 전에 언론을 통한 공식사과 등 과도한 후속조치를 요구했다.

본사는 사태 수습 및 정확한 확인을 위해 매장에 방문, 사실 여부에 대해 재차 확인했는데 직원이 욕설했다는 고객의 주장도 사실이 아니었으며 오히려 고객이 과도한 클레임 제기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외식업체를 난처하게 만드는 도를 넘어선 고객들의 보상 요구도 빈번하다.

실례로 한 외식 브랜드는 자사 제품을 섭취한 부부가 복통을 호소하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고객 측 주장은 해당 업체의 제품을 먹고 난 후 설사를 동반한 복통이 심해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고 병원 응급실을 찾는 등 피해가 컸다는 내용이었다. 더불어 이 증상이 며칠간 지속돼 회사를 결근하는 등의 경제적 손실도 발생했고 이에 따른 정신적 피해까지 보상을 요구했다.

본사에서는 진단서, 진료비 청구서 등 서류 제출 시 이에 맞는 보상을 약속했고 고객에게 수차례 거듭 사과를 했다. 하지만 고객은 치료비 외 결근 기간의 임금과 정신적 피해에 대한 수백만 원의 보상을 요구했다. 이와 별도로 해당 업체의 외식상품권 수십만 원을 요구했다.

무리한 고객의 요구에 본사 측은 응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그 후 일주일간 본사에 항의전화를 하는 바람에 관련 부서의 업무가 마비되는 수준의 불편이 지속됐다. 결국 20만원 상당의 외식 상품권으로 최종 합의가 됐다. 하지만 본사 측 확인결과 이 고객은 원래 그 매장의 단골손님이었고 막상 가맹점주에게는 직접적인 클레임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산업 특성상 입소문의 파장이 큰 산업이라 어쩔 수 없이 소비자의 의견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허경옥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교수는 “사업자와 소비자 간 블랙컨슈머의 개념이 다르다”며 “양측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블랙컨슈머 근절 방안으로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명확화, 인터넷 윤리교육, 캠페인 강화 등 소비자를 대상으로 블랙컨슈머의 홍보와 교육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hoon@kukimedia.co.kr
조규봉 기자
hoon@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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