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젓의 시선] ‘강친’ 오빠들에게 보내는 새우젓의 편지 “장기하 씨는 좋겠습니다”

[새우젓의 시선] ‘강친’ 오빠들에게 보내는 새우젓의 편지 “장기하 씨는 좋겠습니다”

기사승인 2015-07-28 10:01:01
"위=장기하 트위터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안녕하세요.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는 김새우젓입니다. 제가 누구라고 말씀드려봐야 경호원 여러분은 저를 모르실테니 그냥 새우젓이라고 해 둘게요. 어차피 제가 누구인지 관심도 없으시잖아요.

안산 록 페스티벌에서 장기하 씨를 끌어내고 욕설하셨다가 사과하셨다는 훈훈한 기사 잘 봤습니다. 눈물이 났어요. 감동해서는 아닙니다. 장기하 씨가 당하신 일이 너무 남의 일 같지가 않아서 그랬거든요. 너 같은 일개 새우젓이 왜 장기하 씨에게 ‘급’ 친근감을 느끼냐고요? 아마 경호원 여러분들이 더 잘 아실 거예요.

하늘에 맹세컨대 저는 참으로 얌전한 새우젓입니다. 스스로를 새우젓으로 칭하는 것만 봐도 아시잖아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이 보기엔 마치 새우젓 같은 존재예요. 얌전히 짠 눈물을 줄줄 흘리며 오빠들을 먼발치에서, 혹은 콘서트장에서 보고 기뻐하기만 하죠.

그런데 그 곳에 계시는 경호원 여러분은 가끔 저를 마치 새우젓이 아니라 오빠들에게 해를 끼칠 어떤 커다란 존재로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공개방송에서 얌전히 줄을 서 있어도 “빨리 제 자리로 가라” “질서 지켜라”라며 반말은 기본입니다.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을 보기 위해 질서를 지키고 줄을 섰을 뿐인데 빠르게 길을 내지 못한다며 욕설도 들었죠. 새벽부터 나와서 잘 모르는 장소에서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이 행동이 빠르지 못한 건 당연한 건데, 제 앞에 줄을 서 있던 어떤 어린 새우젓은 줄을 이탈했다는 이유로 손찌검도 당했답니다. 그래도 아무 말 하지 못하죠. 왜냐고요? 항의라도 할라 치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보기 싫으냐” “공개방송에 들여보내지 않겠다”라는 소리들을 밥 먹듯 하시거든요.

이해는 합니다. 일부 돌출행동을 하는, 정말로 해를 끼치는 새우젓들이 있을 테니까요.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관람객에게 욕설과 반말, 손찌검을 하는 것은 타당한 일일까요? 어떤 행사에서나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라는 것은 있기 마련입니다. 누구도 원하지 않는 그 상황을 순탄하고 편안하게 마무리하기 위해 경호원 여러분이 계신 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렇지만 그 마무리 방법이 제압 선이 아닌, 폭력의 수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건 경호원 여러분들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저희 새우젓들은 핍박받는 데 너무나 익숙해요.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는 젊은 여자’라는 프레임은 우리 사회에서는 참으로 낮게 보기 쉬운 존재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남들이 모멸한다고 해서 함께 모멸하는 것은 옳은 일일까요?

장기하 씨는 정말로 빠른 시간 내에 사과를 받고 좋게 마무리하시더라고요. 숱한 공연장에서 욕설을 듣고, 손찌검을 당했던 새우젓 중 사과를 받아 본 사람은 적어도 제 주변에는 단 한 사람도 없는데. 그냥 그렇다고요. 안녕히 계세요. 주말 공개방송에서 봬요. rickonbge@kmib.co.kr

★ ‘새우젓의 시선’ : 자신을 일명 ‘새우젓’이라고 칭하는 팬들의 관점으로 연예 뉴스를 발굴하고 돌아보는 쿠키뉴스의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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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지 기자 기자
rickonbge@kmib.co.kr
이은지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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