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형 내거] 여자친구, 우리는 그 꽃이 필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이 형 내거] 여자친구, 우리는 그 꽃이 필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기사승인 2015-07-29 09:30:55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대세’라는 말이 있다. 아이돌 그룹에도 대세가 있다면 신인그룹 여자친구는 그 대세의 끄트머리에는 이미 올라가 있다. 미니 앨범 두 장만 출시한 신인그룹이 포화에 가까운 아이돌 시장에서 이렇게 성공적으로 포지셔닝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섹시 콘셉트도 한 물 간 요즘엔 더더욱.

▲ 청순함보다는 무해함… 여고생같은 매력에 푹

‘파워 청순’이라는 수식어가 이미 있지만 여자친구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무해함’이다. 누군가를 해치거나, 해치지 못하거나를 떠나 그런 것에는 관심이 손톱만큼도 없을 것 같은 이 여고생 무리는 정말로 열심히 한다. 무대가 그렇다. ‘오늘부터 우리는’ 퍼포먼스는 ‘칼군무’라는 수식어보다는 좋아하는 것을 필사적으로 열심히 하는 모습에 가깝다. 난이도 높은 퍼포먼스를 팔다리 가느다란 여고생들이 딱딱 맞는 각으로 소화해내는데, 거기서 느껴지는 것은 기획력으로 만들어진 아이돌이라는 상품보다는 조별 과제를 열심히 하는 여고생같은 귀여움이다.

이는 작은 기획사라는 태생적 한계에서 파생된 장점이기도 하다. 무대에서 멤버들이 뒤를 돌았을 때 허리에 달고 있는 마이크 주머니는, 제작 의상에서 보이는 획일화보다는 마치 준비물 주머니 같은 느낌도 있다. ‘오늘부터 우리는’ 뮤직비디오에 가해진 일명 ‘뽀샤시’ 필터는, 셀카를 찍는 여고생들이 선택할 법한 어설픔마저 느껴진다. 물론 이 모든 것이 기획사의 기획력의 일부라면 그거야말로 무시무시한 일이다.

▲ 꽃이 필 것을 이미 알고 있지만 지켜보는 것이 더 재미있다

우리는 이미 성공한, 혹은 최고의 자리에 앉았다고 일컬어지는 여자 아이돌들을 정말 많이 알고 있다. 굳이 유수의 아이돌 그룹들을 꼽지 않아도,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압도적인 반짝거림은 공통적인 것이다. 톱 그룹들을 대중들이 보는 재미는 그런 것이다. 비싼 의상, 엄청난 자본이 집약된 무대와 파생 상품들을 지켜보는 것은 마치 먼 나라의 부를 구경하는 것과 같다.

여자친구를 보는 관점은 조금 다르다. 이 정도의 포지셔닝을 끝낸 이상 여자친구는 앞으로 더 성장할 것이 자명한 그룹이다. 대중들은 이미 여자친구의 성장을 예상하고 그들의 진화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여자친구라는 꽃이 활짝 만개한 모습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만 꽃봉오리가 피는 슬로우 비디오를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재미의 유형도 각각 다르다. 여자친구의 몇 년 후를 그려보는 큰 그림에서부터, ‘오늘부터 우리는’의 첫 방송 뜀틀 퍼포먼스에서 잔뜩 긴장해있던 멤버 유주가 세 번째 방송에서는 똑같은 안무인데도 브이를 그리는 것에서 느껴지는 작은 카타르시스까지 다양하다. 여자친구의 두 번째 미니앨범명 ‘플라워 버드’(꽃봉오리)가 마음에 쏙 드는 것은 비단 팬들만은 아닐 것이다. rickonbge@kmib.co.kr

★추신 : 짧고 굵게 ‘입덕’ 좌표 안내해 드립니다. 2015년 2월 방영된 ‘야만 tv’ 여자친구 편. 소규모 기획사 아이돌의 끝을 볼 수 있다. 신비야 언니예요.

코너명 : 자랑할 이?, 형 형兄, 어찌 내奈, 횃불 거炬. ‘어둠 속 횃불같이 빛나는 이 형(혹은 오빠, 언니)을 어찌 자랑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인가’ 라는 뜻으로, ‘이 오빠 내 거’라는 사심이 담겨있지 않다 할 수 없는 코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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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지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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