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젓의 시선] 엑소와 빅뱅은 정말로 팬들을 갈취했을까… 문제는 상술보다 편견

[새우젓의 시선] 엑소와 빅뱅은 정말로 팬들을 갈취했을까… 문제는 상술보다 편견

기사승인 2015-08-18 13:29:55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유명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가 아이돌 그룹 상품을 고가에 팔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다고 전해졌다. 서울YMCA 시민중계실이 연예기획사들의 상품 판매 실태에 대해 조사한 뒤 공정위에 고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서울 YMCA 조사에 따르면 SM엔터테인먼트는 엑소가 착용한 이어폰을 123만원에 판매하고 있단다. ‘엑소 가방’은 60만원에 달한다는 것이 이들의 조사 결과다. YG엔터테인먼트가 팔고 있는 아이돌 그룹 ‘빅뱅’ 관련 상품의 경우 야구점퍼 가격이 17만5000원에 달한다며 서울 YMCA 시민중계실 측은 “일반 상품에 아이돌 그룹 사진이나 로고, 캐릭터를 붙였다는 이유로 고가에 팔고 있다”며 “팬을 이용한 도를 넘은 상술”이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정말로 빅뱅과 엑소는 팬들을 갈취하고 있을까.

▲ “원래 그 가격이에요” 아이돌-기업의 협업일 뿐인 상품, 왜 상술이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서울 YMCA측의 주장은 ‘틀렸다’. SM측에서 판매하고 있는 이른바 ‘엑소 이어폰’은 슈어(Shure)사의 SE846 모델이다. 슈어 사는 미국을 비롯해 세계 전역에서 유명한 음향기기 회사며, 국내를 포함한 전 세계의 뮤지션들이 슈어 사의 음향기기를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 제작되는 수제 인이어(In-Ear) 제품들은 슈어 사의 손을 거쳐 출시되며, 좋은 음질과 차음성을 자랑하는 제품들인 만큼 제품의 원가 또한 상당한 고가를 자랑한다. SM에서 판매하고 있는 SE846의 경우 엑소 로고가 새겨지지 않은 제품의 원가는 본래 123만원이다. 로고를 새기나 새기지 않으나 상품의 가격에는 차이가 없으며, 소비자가격은 동일하다.

60만원대에 달한다는 엑소 가방의 경우 이를 ‘엑소 가방’이라고 부르기도 우스꽝스러운 수준이다. 이른바 ‘엑소 가방’은 가방 브랜드 MCM과 엑소가 협업한 가방들을 일컫는 명칭으로, 본래 MCM에서 해당 가격으로 팔고 있던 가방들에 엑소의 터치를 가미한 것을 동일 모델과 같은 가격에 판매 중이다.

빅뱅 야구점퍼 또한 우스운 노릇이다. YG에서 자체 제작해 판매하는 의류이니만큼 브랜드의 가치를 매길 수는 없다. 그러나 동일 제품을 판매하는 여타 브랜드들의 야구점퍼를 비교해본다면 저렴한 수준이다. 이른바 ‘야구점퍼’로 통하는 스타디움 재킷이 시그니처 상품인 브랜드 MLB의 경우 여름용 스타디움 재킷의 정가는 16만9000원. 겨울 스타디움 재킷의 경우 20만원 후반대다. YG에서 판매하는 빅뱅 겨울 점퍼가 17만원대임을 감안하면 오히려 브랜드보다 저렴하다.

▲ 문제는 상술이 아니라 편협한 시선…. ‘빠순이’에 대한 비뚤어진 잣대는 이제 그만

위의 정보는 모두 인터넷에서 조금만 시간을 투자해 검색하면 알 수 있는 것들이다. YMCA 시민중계실에서는 인터넷이 불가능한 것일까. ‘팬을 이용한 도 넘은 상술’의 정체는 어디에도 없다. 고가의 브랜드와 협업했다는 것이 유일하게 지적해낼 만한 점이다. 그러나 그룹이 취하는 이득이 없는 바에야 이를 상술이라고 표현하기엔 다소 면구스럽기까지 하다.

문제는 아이돌 그룹을 소비하는 팬 층에 대한 시선이다. ‘애정을 빌미로 팬을 갈취하는 아이돌’ ‘오빠만 맹목적으로 따라다니느라 피아를 구별하지 못하는 멍청한 10대 집단’이라는 괴물 같은 이미지는 그룹 소방차가 데뷔한 1980년대부터 21세기인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한국 사회의 편협함이다. 10대에서 20대 초반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빠순이’ 집단에 대해 기성 세대가 가지는 비뚤어진 이미지가 가장 최악의 방향으로 발전한 결과물이 이번 공정위 조사 착수라는 해프닝인 것.

심지어 한 매체는 공정위 조사 사실을 보도하며 같은 상품군에 대한 ‘일반 판매가’를 인터넷 검색 최저가로 비교하기까지 했다. SE846을 사용하는 가수에게 “길에서 판매하는 3000원짜리 이어폰도 소리가 들리는 건 마찬가지니 그것을 쓰라”고 권한다면 상대는 과연 어떻게 대답할까.

자신에게 주어진 돈을 자신이 가장 원하는 곳에 쓰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다. 그곳에 타인의 가치관을 함부로 들이대고 재는 것은 문명인으로서 가장 지양해야 할 일일진대, 거기에 더해 팬이라는 집단에 대한 편견까지 끼얹어지니 환상적인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 셈이다. ‘빠순이’는 언제까지 우리 곁의 괴물로 남아야 할까. rickonbge@kmib.co.kr

★ ‘새우젓의 시선’ : 자신을 일명 ‘새우젓’이라고 칭하는 팬들의 관점으로 연예 뉴스를 돌아보는 쿠키뉴스의 코너입니다.
이은지 기자 기자
rickonb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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