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들었어?] 비아이 분투 필요한 아이콘· ‘웰 메이드’ 태연-비투비

[어떻게 들었어?] 비아이 분투 필요한 아이콘· ‘웰 메이드’ 태연-비투비

기사승인 2015-10-13 11:11:55

"[김땅콩의 어떻게 들었어?] 하루에도 몇 십 개의 앨범이 쏟아진다. 대한민국 가요계는 바야흐로 앨범 범람 시대. 그 중 화제가 되는 앨범들을 듣고 리뷰해 본다. 그 어느때보다 풍성한 10월 초순 가요계의 주인공은 신인 그룹 아이콘·태연·비투비다.


아이콘 데뷔 앨범 ‘웰컴 백(Welcome Back)’ 2015.10.1 발매 : 할 말이 매우 많은 그룹이고 앨범이다. ‘쇼미더머니 3’에서 우승한 바비는 데뷔 빼고는 다 해본 신인 아이돌이다. 그랬던 바비가 드디어 데뷔를 한다니! 큰 관심이 모이는 것이 당연했던 그룹 아이콘이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획력의 부족이 여실히 드러난다. 랩퍼가 둘, 보컬 다섯 명이라는 구성은 언뜻 풍부해 보이지만 랩퍼가 노래까지 다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조금 얘기가 달라진다. 다섯 명의 보컬 중 톤이 달라 색이 분명한 것은 구준회 한 명 뿐이다. 나머지 네 명의 색과 톤은 모두 비슷해 왜 이렇게 많은 보컬이 필요한지에 대한 증명이 ‘웰컴 백’에는 없다.

아이콘이 데뷔하며 가장 강조한 점은 리더인 비아이가 메인 프로듀싱을 한다는 것이다. 같은 소속사의 지드래곤이나 그룹 블락비의 지코가 증명했듯 그룹 내부자가 프로듀싱하는 것은 무엇보다 큰 장점이다. 멤버들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개개인의 개성을 살려 좋은 앨범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아이는 아이콘 멤버들의 사소한 장점이라도 찾아내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듯 보인다. 아이돌 그룹이 그룹으로 모이는 이유는 음악 외에도 다양한 개성을 가진 멤버들이 모여 다채로운 색깔을 내기 위함이다. 흔히 아이돌 그룹의 음악적 완성도가 폄하 받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다른 장점을 살리기 위해 음악을 하향평준화한다는 인식이 있다. 역설하자면 음악적 완성도를 높이지 못할 거라면 다른 멤버들의 장점을 살려 신인 그룹의 개성을 분명히 보여줘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아이는 팀의 다른 장점을 살리지도, 음악적 완성도를 높이지도 못했다. 굉장히 오래 공을 들인 팀이고, 그만큼 기대가 높았기 때문일까. 관록 있는 프로듀서의 지휘 혹은 노하우가 필요해 보인다.

‘리듬 타’·‘취향저격’은 모두 차트에서 선전 중이지만 ‘그’ 아이콘의 음악임을 감안하고 듣는다면 큰 임팩트가 있지는 않다. YG의 신인이라는 요소와 현재 대세 장르가 된 힙합 차트 상황이 큰 몫을 하는 것으로 보는 게 옳다. 아직 절반밖에 보여주지 않은 앨범이기에 나머지 절반은 더 좋은 음악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가 아직은 있다. 메인 프로듀서가 비아이라는 사실이 세일즈 포인트인 만큼 팀의 흥망도 비아이에게 걸려 있다. 다른 신인 그룹과의 확실한 차별성 외에도 어느 한 멤버도 들러리로 느껴지지 않는 앨범을 위한 비아이의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듯 보인다.


태연 솔로 앨범 ‘아이(I)’ 2015. 10.7 발매 : 그간 태연이 불러서 ‘흥’했던 드라마 OST는 모두 발라드였기에 모두 태연의 솔로 타이틀을 발라드로 예상했다. 그러나 태연은 그 예상을 깨고 모던 록을 들고 나왔다. 8년차 걸그룹 메인 보컬의 솔로 앨범이라는 맥락에서 보면 정답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앨범이다. 타이틀곡 ‘아이’는 가창력과 리듬감, 감성까지 모두 잘 보여줄 수 있으면서도 대중의 선입견을 깨는 곡이다. 수록곡들 또한 다양한 장르로 좋은 곡을 두루 골랐다. 태연의 장점인 풍부한 보컬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공들인 티가 역력하다.


비투비 ‘아이 민(I Mean)’ 2015. 10.12 발매 : 비투비는 재야의 고수 같은 팀이다. 대표 아이돌 그룹을 꼽을 때 바로 튀어나오는 팀은 아니지만 실력파를 꼽을 때 비투비의 이름을 댄다면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빛을 보기까지 기간이 너무 길었다. ‘괜찮아요’가 차트 1위를 거머쥐고 나니 팀 자체의 노선이 변경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집으로 가는 길’은 이전 곡과 비슷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흡사 ‘국민 힐링송’으로 불러도 될 것 같은 이번 앨범은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주로 사용하던 비트나 신스 사운드를 주로 쓰면서 마치 그룹 g.o.d의 앨범을 듣는 것 같은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물론 노래를 잘하는 멤버가 워낙 많아 할 수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 팀의 장점 또한 분명하게 보인다.

수록곡 중 랩퍼·보컬이 나눠 작업한 노래들도 눈에 띄게 좋은 멜로디를 들려준다. 멤버 자작곡에 흔히 갖는 선입견을 깨 주는 높은 퀄리티를 갖고 있다. 멤버 모두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 장점을 갖고 있는데도 완전체의 짧은 곡에서는 장기를 뽐내기 어려워 머리를 쓴 결과인 듯 하다.

★ 김땅콩의 어떻게 들었어? : 다수의 기획사, 공연 A&R팀을 거쳐 작곡을 업으로 삼고 있는 김땅콩(예명, 31)이 열흘마다 갱신되는 가요계 최신 앨범을 리뷰합니다. 정리· 이은지 기자 rickonbge@kmib.co.kr "
이은지 기자 기자
rickonb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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